"우크라전·코로나·인플레 영향…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상당"韓경제, 저성장·고물가 빨간불… "1분기 성장률 0.6% 그쳐"OECD 경제전망 주목… 2%중반 성장·4%대 물가 고착화하나
  • ▲ 경기 하향.ⓒ연합뉴스
    ▲ 경기 하향.ⓒ연합뉴스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위험을 경고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경기둔화 속도가 더디긴 하나 이미 슬로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부정적인 전망으로 볼 수 있다.

    WB는 7일(현지시각) 발표한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가 2.9%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올 1월 전망치(4.1%)보다 1.2%포인트(p)나 낮춰잡았다.

    선진국은 지난해 5.1%에서 올해 2.6%로 성장률이 반 토막 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말미암은 에너지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6.6% 성장했던 신흥·개발도상국은 올해 3.4% 성장을 예상했다. 코로나19 회복이 불완전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본필수품 소비 비중이 높아 선진국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봤다.

    WB는 내년과 2024년 성장률은 각각 3.0%로 전망했다.

    WB는 2021~2024년 세계경제의 성장 속도가 2.7%p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석유파동 여파로 1976~1979년 나타났던 침체 속도의 2배를 넘는다고 WB는 설명했다.

    WB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재정·통화 긴축정책 등 다양한 악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WB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령, 공급망 교란 등이 성장을 해치고 있다"며 "많은 나라에서 경기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계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WB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내년에는 완화하겠지만, 많은 국가에서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 일부 신흥국·개도국의 금융 위기와 함께 국제 경제의 급격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WB의 세계경제 침체 경고는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경제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국정 모니터링 지표인 'e-나라지표'를 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를 보여주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비율은 76.2%다. GDP 대비로는 72.9%에 달한다. 이는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은 35.5%, 일본은 34.1% 등이다.

    한국경제는 이미 슬로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결합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은 488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속보치(0.7%)보다도 하향조정됐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7%로 끌어내리고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3.1%에서 4.5%로 대폭 올린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4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5%로 내리고, 물가는 3.1%에서 4.0%로 올린 바 있다. OECD도 이날 오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회원국들의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OECD는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올해 3.0% 성장하고 소비자물가는 2.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치는 수정이 불가피할 거라는 견해가 많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도시 봉쇄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을 낮추고 물가 전망은 올리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