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사업장 내 CCTV 설문조사 결과 공개직장인 22.2% "CCTV 감시 당하거나 본 적 있다""CCTV 등으로 감시 갑질 규제할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
  • ▲ 정부서울청사 울타리와 CCTV 모습.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 정부서울청사 울타리와 CCTV 모습.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일하던 중 잠깐 머리를 숙이고 있었는데 1분도 안 돼서 대표님한테 전화가 오더니 '일 할 때는 고개를 들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창고 관리직을 하는 A씨(30대·남)는 CCTV가 설치된 사업장에 일하면서 고용주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무업무를 하는 B씨(20대·남)는 "제 자리 뒤에 CCTV가 설치돼 있어서 업무용 PC화면이 훤히 노출된다"며 "근무시간에 딴짓을 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PC화면이 보이도록 CCTV를 설치하니까 찝찝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3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업무용 사내 메신저 및 사업장 내 CCTV'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 따르면 사업장 내 CCTV가 설치돼 있다고 응답한 근로자 657명에게 'CCTV 감시를 통해 업무 관련 지적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지 묻자' 22.2%가 있다고 답했다. 10.4%는 '사업장 내 CCTV가 직원 감시를 위해 설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회사 사업장 내부 등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빈번하지 않은 비공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때는 해당 장소에 출입하는 근로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설치 과정에서 직원 동의 절차가 있었다는 응답은 30.9%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비공개된 장소에 설치된 CCTV는 설치 당시 목적과 달리 사용하기 위해 임의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되고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한 경우 해당 설치구역에 CCTV 설치 목적과 촬영 장소, 범위, 관리책임자 연락처 등이 담긴 안내판을 부착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직장갑질 119는 설명했다.

    ◇ 일부 사내 메신저, 직원 감시 도구로 사용… 감시 목적 메신저 프로그램 광고 성행

    업무용 사내 메신저를 쓰는 직장인들도 감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업무용 사내 메신저를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관련 규정을 안내받았는지 물어본 결과 37.3%가 '안내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안내받지 않았다' 응답은 노동조합원(24.7%)보다 비조합원(40.3%)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직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46.9%), 5인 이상 30인 미만(48.3%),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41.1%)에서 규정 안내를 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인터넷 검색 결과 직원을 수월하게 감시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메신저 프로그램은 회사 기밀유출 방지를 위해 직원의 업무 모니터링 기능을 높였다고 광고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광고글에 따르면 마우스와 키보드 움직임을 자동감지하며, 근무시간 체크는 물론 GPS를 기반으로 한 외부 근무자의 위치추적도 가능하다.

    해당 광고는 해시태그(Hashtag)로 '#직원감시프로그램', '#회사PC모니터링' 등을 달아 놓으며 직원 감시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해시태그는 SNS 등에서 특정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관련된 내용물을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5월에는 유명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가 직원들의 사내 메시지를 열람하면서 직장 내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사업장에 설치된 CCTV는 감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상황을 관리·감독하는 행정청인 고용노동부에서는 감독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을 통해 CCTV나 메신저,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한 감시 갑질을 규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