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GAA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 양산'20년 1위' TSMC 반년 앞서… "파운드리 철옹성 첫 붕괴"이 부회장 '시스템LSI 1위' 선언 후 분위기 확 바뀐 삼성3나노 양산 기점 '시장 판도 뒤집기'…수율·고객사 확보 과제남아
  •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삼성전자
    ▲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nm, 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재차 강조했던 반도체 기술 초격차 의지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선두주자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이번 삼성의 3나노 양산이 기술적 측면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판도를 뒤바꿀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인 GAA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양산을 개시했다. 이 기술의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 대비 전력은 45% 절감하는 반면 성능은 23% 향상되고 면적은 16% 축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2세대 공정으로는 전력을 절반 줄이고 성능을 30% 높이는 동시에 면적은 35%나 줄일 수 있어 일찍부터 업계에서 기대감이 컸다.

    이번 3나노 양산에서 경쟁사 대비 차별점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술은 바로 GAA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 싸는 형태인 차세대 GA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며 초격차를 추구했다고 평가받는다.

    채널의 3개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 구조와 비교해 GAA 기술은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며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할 수 있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도 높여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여기에 채널을 얇고 넓은 모양의 '나노시트(Nanosheet)' 형태로 구현한 독자적 'MBCFET GAA' 구조도 적용했다. 나노시트의 폭을 조정하면서 채널의 크기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고 기존 핀펫 구조나 일반적인 나노와이어(Nanowire) GAA 구조에 비해 전류를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설계에 큰 장점이 있다.
  • 지난 6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삼성전자
    ▲ 지난 6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삼성전자
    삼성이 이번에 이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에 성공하면서 파운드리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점하고 있는 대만 TSMC보다 기술 측면으로 반년 가량 앞서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TSMC도 이미 몇 해전부터 3나노 양산을 준비해왔고 최근엔 그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예정해 삼성과 치열한 기술 리더십 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서 삼성이 반년 먼저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TSMC는 창사 이래 지켜왔던 파운드리 기술 선두 자리를 삼성에게 내주게 됐다.

    반도체업계에선 양사의 기술력 차이가 불과 6개월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20년 가까이 파운드리 시장 철옹성 같았던 TSMC를 처음 넘어선 곳이 다름 아닌 삼성이라는데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평한다. 지난 2004년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메모리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TSMC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던게 삼성이지만 지난 2019년 이재용 부회장이 '2030년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목표를 세운 이후 무서운 속도로 TSMC를 추격한 첫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하지 못했던 상황인데도 이 같은 성과를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 경영 복귀가 완전화되면 목표로 했던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이 꿈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해봄직한 상황이다. 벌써 미국 테일러시와 국내 평택에 파운드리 신공장 준공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 투자 규모만 수조 원대로 예정돼있어 기술력을 앞지른데서 더 나아가 사업 성과로까지 이어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 삼성 파운드리 전경 ⓒ삼성전자
    ▲ 삼성 파운드리 전경 ⓒ삼성전자
    이를 위해선 삼성이 조기에 수율과 고객사 확보 같은 핵심적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높아졌다. 이 중 수율의 경우 이번에 3나노 양산에 성공하기 전부터 업계에서 설왕설래가 많았던만큼 앞으로도 삼성이 특히 더 신경 써서 관리에 들어갈 분야로 꼽힌다. 현재는 안정적인 수준의 수율을 확보한 단계로 알려졌지만 지난 4나노 공정에서 수율 문제로 고객사 이탈 문제 등이 불거졌던만큼 향후에도 수율을 더 높이기 위한 삼성의 투자와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사 확보 문제도 삼성에겐 아직 과제로 남아있는 부분이다. 1980년대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이어오며 고객군을 확보해온 TSMC의 아성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현재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들 대부분이 TSMC와 손을 잡고 있는만큼 삼성이 이번 3나노 양산 성공 케이스처럼 기술력을 기반으로 신뢰도를 쌓아서 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넓혀나가는 정공법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SMC보다 앞서 3나노 양산에 성공한만큼 삼성만의 고객사 확보 전략 또한 예상보다 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삼성은 이번 양산을 시작으로 고객사에 최적화된 소비전력·성능·면적(PPA)와 극대화된 전성비(단위 전력당 성능)를 제공해 차세대 파운드리 서비스 시장을 주도해나간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해 삼성이 그동안 구축해놓은 파운드리 생태계 파트너사들과 공조에도 적극 나선다. 공정 미세화로 칩 설계와 검증에도 점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삼성은 시높시스(Synopsys)와 케이던스(Cadence) 등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파트너들과 함께 3나노 공정 기반의 반도체 설계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은 고객사들에 더 빠른 시간 내에 완성도 높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방점을 두고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