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색깔 빼고, 파크원 첫 출근해상운임 조정 불구 실적 전망 ‘맑음’
  • ▲ HMM VLCC 1호선 유니버셜 리더호. ⓒHMM
    ▲ HMM VLCC 1호선 유니버셜 리더호. ⓒHMM
    HMM이 여의도에 새 둥지를 틀고 국내 최대 국적선사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업황 피크아웃(정점 통과)에도 해상운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호실적은 이어질 전망이다. 

    4일 HMM은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여의도 시대’를 개막했다. 파크원은 오피스 2개동과 백화점, 호텔 등으로 이뤄진 대형 업무·상업 복합시설이다. HMM은 타워1동의 13층부터 31층까지 9개층을 임차해 사용한다. 

    여의도는 과거 국내 최대 해운사였던 한진해운 사옥이 자리 잡았던 곳으로, 재도약 거점으로는 최적이란 평가다. 해운협회와 해양진흥공사, 산은도 여의도에 있어 HMM의 업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 해운 관련 이슈 대응도 한층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은 여의도 시대에서 글로벌 선사로 발돋움한다는 포부다. HMM은 전례 없는 해운 호황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글로벌 수요 회복과 함께 원자재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재건에 속도가 붙고 있다.

    HMM은 지난해 13조7941억원의 매출과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53.5%로 꿈의 이익률을 실현했다. 올 1분기에도 매출 4조9187억원, 영업이익 3조1486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성과를 냈다. 영업이익률은 64%에 달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는 매출이 4조5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1% 늘고, 영업이익은 2조6767억원으로 92.7% 증가가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영업이익률은 59%에 달한다. 

    다만 해상운임 조정과 함께 HMM 실적 상승폭은 둔화가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HMM 3분기 매출을 4조3200억원, 영업이익은 2조4788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4분기 매출은 3조8320억원, 영업이익은 2조619억원 수준으로 1분기를 정점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갈수록 규모가 작아질 전망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올랐던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SCFI는 4203으로 6월 넷째 주 4216보다 13p 낮아졌다. 올 3월 5000을 돌파했던 SCFI는 최근 유럽 항로 중심 운임이 하락하며 조정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주 2214로 전주 대비 5% 하락했다. 경기선행지표로 쓰이는 BDI는 지난해 고점인 5500대와 비교하면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2018~2020년 1000~1500선보다는 고점을 유지 중이다. 

    해상운임 지수 하락세가 소폭 조정에 불과한 만큼 HMM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MM의 연간 매출 전망치는 17조8761억원, 영업이익은 10조596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9.3% 달성이 예상된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SCFI가 장기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피크아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하반기 성수기가 도래하고 있고 내년부터 도입되는 신규 환경 규제들로 인해 선속 감소 또는 폐선 증가로 호황을 이끄는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HMM은 현대상선 시절인 2010년 3월 현대그룹의 종로구 연지동 신사옥 완공과 함께 입주했다. 이후 해운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2016년 8월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었고, 2020년 HMM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최근 사옥 이전으로 HMM은 현대그룹 흔적을 완전히 지우며 12년간의 연지동 시대를 마무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