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 대표 "주7일 배송 성공, 절박한 과제"올해 10월 윤곽 도출 계획, 노조 반발에 지연택배노조 "택배기사들의 근로 조건 후퇴" 우려화물연대 택배지부, 반대 결의대회 등 반발
  • 택배업계에 ‘주 7일’ 배송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쿠팡이 공격적인 행보로 시장을 잠식해오자 기존 플레이어인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등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 7일 배송이 향후 택배업계의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업계 상황과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 ▲ 택배지부가 최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 택배지부가 최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쏘아올린 주 7일 배송 움직임에 CJ대한통운이 맞대응하면서 택배업계가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로 당초 계획보다 협의가 늦어지면서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올해 8월 20일, 주 7일 배송시스템과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주 7일 언제든지 택배를 받을 수 있는 배송서비스 ‘매일 오네(O-NE)’를 시작하며, 택배기사 대상으로 수입 감소 없는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는 게 골자다.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에 나서는 이유로는 쿠팡의 약진이 거론된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택배 분야 점유율을 점차 높이면서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는 올해 8월 29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택배시장의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주 7일 배송의 성공적 안착은 우리 모두의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CJ대한통운은 내년 주 7일 배송 시행을 위해 대리점연합회, 택배기사,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올해 10월 대략적인 윤곽을 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 ▲ 신영수 대표가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는 모습. ⓒCJ대한통운
    ▲ 신영수 대표가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는 모습. ⓒCJ대한통운
    그러나 추석 연휴 이후 3~4차례 대화의 자리를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오는 7일 교섭이 재개되며, 이 자리에서 CJ대한통운의 제시안이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교섭에서는 현행 주 6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 전환을 위해 기사 4명이 1개조를 구성하는 방안, 휴일 또는 타구역 배송건에 대한 추가 수수료 지급 등 다양한 쟁점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택배노조에서는 주 7일 배송시스템, 주 5일 근무제가 되면 택배기사들의 업무량은 늘어나지만 수입은 감소할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남희정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현재는 주 6일을 일하고 휴일·공휴일에 쉴 수 있지만 주 5일제로 바뀌면 휴일이 없어지게 된다”면서 “주 5일 근무의 전제는 주말 순환근무가 이뤄진다는 것인데 결국 업무 시간과 업무 강도만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택배기사들의 근로 조건이 후퇴될 수 있다는 점을 교섭장에서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택배노조가 택배기사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교섭에서 쉽게 합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노조와 별도로 전국공공운소노동조합 화물연대 택배지부(택배지부)도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 ▲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뉴데일리DB
    택배지부는 지난달 21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택배지부는 이날 “택배기사의 고강도·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한 주 7일 배송에 반대한다”면서 “최소한의 현장 대책 마련도 없이 오로지 기업의 시장 장악에만 혈안이 된 CJ대한통운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에 6일에 나눠 배송하던 물량을 5일로 줄이라는 건, 결국 수입이 줄어들거나 수입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6일 동안 진행했던 물량을 5일 동안 다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CJ대한통운의 기만적인 주 7일 배송 정책을 반대하며, 택배기사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시민단체 중심으로 택배기사 과로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올해에도 쿠팡에서 연달아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핵심 쟁점이 된 바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택배 업계의 성장 뒤에는 낮은 택배 단가와 택배기사들의 높은 노동 강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 7일 배송 체제가 본격화되면 택배기사들의 근무 여건이 악화될 수 있어 개선방안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올해 4월 입장자료를 통해 “과로사 25명 중 9명은 CJ대한통운에서 발생한 의혹이 있다”면서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혁신이 절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