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출범… 초대 수장은 투자전문가 김철호 부사장불확실한 경영환경서 성장동력 발굴 속도낼 듯탄소섬유·수소·반도체 소재 등 우선 검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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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설립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동원그룹, GS그룹에 이어 세 번째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해당 CVC가 탄소섬유나 수소 등 친환경 관련 기술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6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지주회사 효성은 자본금 10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효성그룹의 CVC인 효성벤처스㈜를 설립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효성벤처스의 주요 사업은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 신기술사업투자 조합의 설립과 자금·관리 운용 등이다.현재 효성그룹은 금융위원회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주요 계열사들이 펀드 조성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효성벤처스의 초대 대표는 김철호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이 맡는다. 1967년생인 김 부사장은 도이치뱅크 본부장/상무, 스틱인베스트먼트 Private Equity 부본부장, 일진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잔뼈 굵은 투자전문가다. 올해 효성 전략본부에 영입됐다.효성그룹의 CVC 설립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CVC는 전략적 목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대기업을 의미한다. 회사법인이 대주주로 자리한다. 과거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대기업 지주사가 벤처캐피털을 설립하는 것이 불가능했다.효성벤처스 설립에 따라 효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도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래성장동력 발굴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효성그룹은 1971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민간기업 부설연구소인 효성기술원을 설립하는 등 재계 내 기술경영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효성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은 “몸에 지닌 작은 기술이 천만금의 재산보다 낫다”고 강조했으며, 이 같은 경영 철학은 공학도 조석래 명예회장을 거쳐 조현준 회장에게까지 이어졌다.2017년 조현준 회장은 회장 취임 당시 “기술경쟁력이 효성의 성공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2019년에는 생산기술력 향상을 위한 전담조직인 ‘생산기술센터’를 설립했다.노력에 힘입어 효성은 스판덱스와 타이어보강재 사업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독자 개발을 통해 세계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조현준 회장의 선제적 기술 투자에 따라 효성그룹은 코로나19 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재계에서는 탄소섬유와 함께 수소 등 친환경 기술이 투자 대상으로 우선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그룹은 현재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 ‘리젠(regen)’,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효성중공업의 수소사업, 효성화학의 반도체 소재 등을 필두로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효성은 탄소섬유의 미래가치에 주목해 독자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까다로운 테스트와 긴 검증 기간 등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탐소섬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8년까지 탄소섬유에 1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 기지를 만든다고 공표한데다 회사의 핵심 사업이라는 점에서 관련 사업자나 펀드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미래먹거리로 꼽은 수소분야의 투자도 유력하다. 효성그룹은 효성중공업을 중심으로 수소충전시스템과 액화수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용 가스 전문이자 세계적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함께 2023년까지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 중이다. 양사가 합작 설립한 린데수소에너지㈜는 2023년 초까지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고, 2023년 5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업계 관계자는 “효성은 조현준 회장의 기술경영에 대한 의지로 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탄소섬유나 수소, 반도체 소재 등 기존 핵심사업와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우선 투자가 검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