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미 점보스텝 급부상8월 빅스텝 선 그은 한은 당혹10월, 11월 연속 인상시 연말 3% 넘을 수도이창용 "물가 우선 잡는게 경기에도 좋은 일"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입장하고 있다ⓒ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입장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사상 초유의 빅스텝에도 금융시장 변동성은 여전해 보인다. 통화긴축을 주도하는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 밖으로 빨라지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14일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9.1% 급등했다. 전월 8.6%보다 0.5%p 오른 것으로 1981년 11월 이후 41년만에 9%대에 도달했다. 전월비로도 1.3% 치솟아 당분간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물가상승에 당장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끌어올리는 초강력 긴축정책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달 27일 열리는 연방준비제도(Fed)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1.0%p 올리는 '점보스텝' 가능성이 급부상한 것이다.

    기존 전망은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전망하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하루 전만 해도 92.4%였지만, 이날 22.0%로 떨어졌다. 대신 점보스텝 전망은 7.6%에서 78.0%로 대세로 올라섰다.

    자이언트스텝만으로는 물가상승을 꺾을 수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0.75%p 인상이 예상됐던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7%에 달하자 1.0%p 인상을 강행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1%p 인상 여부에 대해 "모든 것이 검토 중"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 ▲ 이달 27일 미 연준 금리를 예상하는 페드워치. 1%p 인상을 전망하는 의견이 78%로 하루새 10배 이상 뛰었다.ⓒ시카고상품거래소
    ▲ 이달 27일 미 연준 금리를 예상하는 페드워치. 1%p 인상을 전망하는 의견이 78%로 하루새 10배 이상 뛰었다.ⓒ시카고상품거래소
    하루 전 사상 최초 빅스텝을 밟은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한미 금리역전폭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8월에는 FOMC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7월 빅스텝, 8월 베이비스텝(0.25%p 인상)으로 금리를 쫓아갈 생각이었을 것"이라면서 "만약 연준이 1.0%p를 한번에 올린다면 8월 금통위는 2연속 빅스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리상단을 3.00%까지 열어둔 한국은행이지만, 2연속 빅스텝은 작지 않은 부담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빅스텝 후 기자간담회에서 "50bp(1bp=0.01%p) 인상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또 "물가전망이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25bp씩 인상하는게 바람직할 것"이라고도 했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와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친 7월 소비자물가는 6월(6.0%) 수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 추가 금리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총재는 "물가 정점은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가 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 6%가 넘는 상황이 계속되면 경기보다 물가를 우선 잡는게 경기에도 좋고 전체 거시경제 운영에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8월과 10월, 11월까지 3차례 남았다. 만약 한국은행이 2연속 빅스텝을 강행한다면 연말 기준금리는 3.0%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 0.25%p 인상시 가계대출 이자부담은 연간 3조2000억원, 1인당 연평균 16만1000원 늘어난다. 다음달 2연속 빅스텝이 현실화 되면 지난해 8월 첫 기준금리 인상 이후 1년만에 2.25%p 오르는 셈이 된다. 연평균 1인당 이자부담이 144만9000원이 더해진다는 얘기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이 유례없이 높은 수준으로 단기간 내 안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기가 긴축을 감내할 시간은 줄어들고 있어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최대한 긴축 강도를 조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