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코스피 보유비율 연초 이후 줄곧 내림세한·미 기준금리 역전 우려 더해 30%대까지 줄어우려 증시 선반영돼 추가 하락 제한 전망강달러 환경서 추세적 반등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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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한·미 간 기준 금리 역전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지분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금리 역전으로 인한 코스피 추가 하락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비율은 30.99%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6일 이후 외국인 보유비율은 줄곧 30%대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들의 코스피 주식 보유비율은 올 들어 줄곧 내림세를 걷고 있다. 지난 1월 34%대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3월 처음 31%대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세는 올해 내내 이어지면서 상반기에만 15조원 가까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 매도세에 못 이긴 코스피 지수는 2300선까지 밀렸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건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다. 지난 15일 기준 환율은 14원 급등한 1326.1원까지 치솟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달러 가치는 오르고 원화 값은 내렸다.

    이와 더불어 유럽연합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면서 이들 화폐 가치가 절하되는 현상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원화 약세를 만들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팔아 미국 달러를 보유하려는 심리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미 간 금리 역전 우려가 커졌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지만 미 연준의 초강력 긴축 움직임에 원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역전 등 여러 우려가 증시에 선반영돼 이로 인한 하락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부터 한·미 금리 역전이 이뤄졌을 때 주식시장을 살펴보면 증시 부침이 나타난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한·미 금리 역전이 이뤄질 당시의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 직전까지 주가 상승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 즉, 직전까지 '국내 증시 상당 상승→금리 역전 발생→국내 증시 하락과 미 증시 상승'이 나타났던 것이다.

    강 연구원은 "국내와 미국 증시 하락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한미 금리 역전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사례에서 유사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면서 "특히 직전까지 한국 증시의 하락은 상당해 이미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했다. 과거에 빗대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을 예단하긴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강 연구원은 "의심 많은 증시 환경에선 걱정에 대한 주가의 선제적 반영도가 커진다"면서 "한·미 금리 역전을 빌미로 한국 증시의 추가 하락 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다시 외국인 투자자가 반도체 업종 위주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사인으로 읽힌다. 

    외국인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495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5316억원)였다. 이어 SK하이닉스(1622억원)로 반도체 종목들에 대한 순매수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외국인의 매수세로 인해 한 달여 만에 6만전자를 회복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FOMC 금리인상 폭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 위주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잠정 실적 발표 후 증권사 실적 리뷰 리포트가 발간돼 추가적으로 실적 하향 조정 우려가 크지 않아 저가 매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강달러 환경에서 국내 증시의 추세적인 반등을 점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달러 인덱스가 20년래 최고치를 지속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며 "물가 압력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상이 속도 조절이 들어가는 신호가 더욱 명확히 나타나야 달러는 고개를 숙일 수 있다.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도 해당 시점이 될 공산이 크지만 도달 시기는 예단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로와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어 원화 약세의 속도가 빠르다"면서 "한국 시장의 가격 매력이 부각될 시점이지만 매크로 환경은 여전히 안갯속이며, 강달러 구간에서 추세적 반등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