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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SUV ‘토레스’가 출시 초반 흥행 열기가 뜨겁지만 정작 쌍용차는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경쟁모델 대비 우위에 있던 짧은 출고 대기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어서다.
18일 쌍용차 대리점에 문의한 결과, 지금 토레스를 계약하더라도 올해 안에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해 드리고 있다”며 “지금 계약 규모가 거의 4만대에 육박하고 있는데 한 달에 5000대씩 생산하더라도 올해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토레스는 지난 4일 종료된 사전 계약으로만 3만대를 돌파, 당초 예상한 1만6000대 수준의 생산 목표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에 쌍용차는 올해 하반기까지 증산을 통해 2만6000대까지 공급할 수 있도록 목표를 수정했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쌍용차는 지난 11일 그동안 비용 절감 차원에서 1교대로 운영 중이던 평택공장 생산라인을 주간 연속 2교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토레스가 그동안 경영 위기를 겪어온 쌍용차의 돌파구로 꼽히는 만큼,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전 계약 이후에도 수요가 몰려 올해 출고가 불투명해지면서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출고 시점이 올해를 넘어가게 되면 올해까지 시행하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종료 예정이던 개소세 인하 기간을 오는 12월 31일까지로 6개월 연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제조장에서 출고된 차량의 경우 법정 개소세율에서 30% 인하된 탄력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내년에 차량을 받는 소비자들의 경우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미 과거에도 여러 번 개소세 인하 연장 카드를 꺼낸 만큼, 향후 개소세 인하가 또 한 번 연장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호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개소세 적용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씨는 “대기 순번 3만8000번대라고 들었다”며 “2교대 전환한다고 들었는데 올해 안에 출고돼 개소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수요가 몰리며 불가피하게 내년에 차량을 받게 되는 고객도 생길 수 있다”며 “계약 시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공장에서는 주말 특근까지 불사하면서 한 분이라도 더 올해 안에 차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 내부적인 생산력 증대와 별개로 반도체 수급난 등 외부 상황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의 대기기간이 8개월 이상 걸리는 시점에서 토레스의 인기가 반사이익이 아닐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생산력 증대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반도체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목표 생산량은 어디까지나 예상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