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계획 발표드라마 '우영우' 인기 편승해 일정 등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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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국내 수족관에 마지막으로 남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고 3일 발표했다. 브리핑에는 조승환 장관이 직접 나섰다.이날 발표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기자들에게 예고됐었다. 당시 비봉이 방류 관련 내용은 물론 조 장관의 발표 시점까지도 엠바고가 설정됐다. 그만큼 해수부는 이날 발표에 행정력을 모아 야심 차게 준비했다는 얘기다.당시 기자가 브리핑 사전안내 문자메시지를 받고서 든 생각은 이게 '왜 엠바고 설정됐을까?'였다. 또 하나는 이게 '장관이 직접 나서 브리핑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인가?'였다.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발표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해수부 기획의 산물이다.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을 앓는 천재 신입 변호사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영우가 '수목' 드라마인 것도 해수부가 이날(수요일)을 발표일로 잡은 이유다.극 중 주인공은 고래를 좋아한다. 고래는 우영우가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메타포이다. 또한 우영우에게 불리한 재판을 역전시킬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고래가 물 밖으로 힘차게 솟구쳤다가 다시 수면으로 떨어지는 브리칭(breaching) 장면이 등장한다. 특히 극 중에서 남방큰돌고래가 여러 차례 나온다. 어떤 에피소드에선 이야기 흐름을 반전시키는 장치적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해수부가 우영우 인기를 비봉이 방류계획 발표에 활용한 것은 신의 한 수로 볼 수도 있다. 발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하지만 드라마 인기에 편승해 정책을 홍보하려는 모습을 과히 모범적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어 보인다. 해수부가 극대화하려는 홍보의 초점이 비봉이로 대변되는 동물복지 정책이 아니라 브리핑에 나서는 조 장관에게 맞춰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지금껏 남방큰돌고래 방류 계획을 장관이 직접 나서 브리핑한 전례는 없다. 마침 이날은 4일부터 전면 시행하는 '항만안전특별법'과 관련해 차관 브리핑이 잡혔던 날이다. 해수부 브리핑에 사안별로 실무과장이 종종 나서는 것을 고려하면 비봉이 방류 브리핑을 차관이 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조 장관이 평소 해양동물 보호에 끔찍한 사랑이나 관심을 쏟아왔다거나 돌고래 관련한 비영리적 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으나, 이번 경우가 과연 그런 케이스인지는 의문이 든다. 그저 드라마 인기에 올라타 TV(뉴스) 화면에 얼굴 한 번 더 내비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나? 싶다.장관은 오히려 욕을 먹는 자리에 가깝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국익을 위해 때론 질타와 반대에도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양복을 차려입고 기자실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보다 편한 옷을 입고 해양수산 현장을 누비거나 국회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을 설득하는 모습을 해양수산인들은 더 바라지 않을까.장관은 연예인이 아니다. 우리는 한동안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영화배우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는 각종 TV연예 프로그램에 나와 영화를 홍보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이곳저곳 비슷한 컨셉트의 방송에 겹치기 출연하며 틀에 박힌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연예인을 보고 있노라면 식상하다는 생각이 든다.차라리 조 장관이 정치인 출신 장관이면 이해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조 장관은 '늘공'이다. 장관이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는 환영한다. 하지만 연예인처럼 카메라를 쫓는 모습은-그게 자의든 타의든 간에-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