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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수렁에 빠진 환자경험평가를 구하라

환자 만족도보단 종합점수 상위병원 홍보 도구로 전락서열화 없는데도 ‘줄 세우기’ 가능한 기이한 구조심평원 결과 발표시 ‘등급별 구간 설정’이 관건

입력 2022-08-04 12:23 | 수정 2022-08-04 12:23
환자경험평가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서열화 없는 평가를 지향하면서도 병원별 종합점수가 존재해 일일이 따져보면 ‘줄 세우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항목별 평가점수를 단순 합산한 것일 뿐 지표별 가중치를 어떻게 둘 것인지 지침이 만들어지지 않아 결괏값 해석에 있어 다소 왜곡의 소지가 있다. 

연일 의사단체들은 평가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반대하고 있다. 대형병원 쏠림을 가속화하고 의사와 환자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높은 점수를 획득한 병원들은 환자경험평가를 최대의 홍보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율배반적 견해가 맞물려 있고 모든 것이 설익었다. 단편적 이슈만 강조되고 있으며 ‘환자중심 의료를 표방하며 환자만족도를 측정해 의료질 향상을 이끌어내겠다’는 방대한 목표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한 것으로 비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 2017년부터 3차에 걸친 평가를 진행했지만 대상 기관을 늘린 것일 뿐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추후 병·의원 및 외래경험평가 등 규모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평가 결과 공개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된다. 

평가의 본질은 환자에게 있다. 

심평원은 평가 주체가 환자가 된다는 점에서 질환별로 진행되는 적정성평가와 맥락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종합점수만 던져놓는 방식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인정한 ‘병원별 등급 서열화’ 결과가 존재해야 한다. 이게 아니라면 폐지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지금의 방식이 유지된다면 종합점수 상위 병원의 홍보 창구로의 역할만 부여될 뿐 환자중심 의료체계로의 전환을 꿈꾸기 어렵다. 평가대상 기관이 많아지면 그에 따른 비판도 비례해 커지겠지만 순기능을 찾아야 한다.

통상 적정성평가에서 활용되는 1~5등급 구간별 병원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이라도 적용하면 해석이 쉬워질 것이다. 명확한 기준이 잡혀야 개선이 필요한 곳은 노력하고 좋은 등급을 받은 기관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경주하는 방식이 된다. 

심평원 관계자는 “3차 평가까지는 초기 단계라 기존의 틀을 유지했지만 4차부터는 등급별 평가 결과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종합점수 상위 병원 측에서 자체적으로 내놓는 순위를 100%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평가의 성숙도가 미비한데 진료비 가감지급 연계는 섣부르다. 

평가결과 공개방식에 대한 합의점도 찾지 못했는데 진료비 가감지급사업 등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평가 자체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는 독이다. 

일례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는 ‘담당 의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대했습니까?’라는 식의 주관적 질문의 신뢰도 문제가 존재하는 만큼 평가는 평가대로 남겨두는 것이 현명하다. 

병원에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보단 얼마나 더 친절하게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사실 타 평가와 달리 환자경험평가는 그 자체로 가감지급 이상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자중심 의료는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이며 환자경험평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도구다. 추상적 개념을 객관화하고 환자에게 불친절한 결과를 개선해 의료체계 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심도 있는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박근빈 기자 ray@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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