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등판한 전영현 부회장… "삼성 변화 주도하겠다"

삼성전자가 올 3분기 9조 원대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치면서 우려됐던 반도체 사업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문까지 올리면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은 9조 1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21%, 영업이익은 274.49%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려웠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 3000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고 매출도 80조 원대를 넘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3분기 실적발표가 임박하면서 실적 눈높이를 한 차례 낮춘 것이 저 정도 수준이었다. 지난달 초에만 해도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14조 원대까지 내다봤을 정도로 호실적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낮아진 시장의 기대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든든한 실적 버팀목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과를 낸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범용 D램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이 재고를 쌓으면서 메모리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이어졌다.

여전히 AI(인공지능)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견조하게 이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핵심 고부가제품에서 경쟁사에 점유율을 내준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과 시스템LSI 사업도 DS부문의 아픈 손가락이다. 게다가 이번 3분기에는 성과급이라는 일회성 비용과 비우호적 환율, 재고평가손실 환입 등이 실적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DS(반도체) 부문에서 8조 원대 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했던 증권가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5조 원 안팎의 이익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실적은 잠정 수치인만큼 부문별 실적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대보다 낮은 전체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DS부문 이익이 5조 원 밑으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같은 실적 쇼크에 DS부문을 맡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주주와 고객, 임직원들에게 사과문을 올렸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반도체 사업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투입됐지만 취임 첫 해부터 산적한 과제들에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직접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전 부회장은 무엇보다 삼성이 현재 처한 위기상황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메시지를 시작하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3가지 쇄신을 약속했다. 전 부회장은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혁신을 꼽으면서 삼성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했다. 이처럼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에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사과와 함께 응원을 당부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이달 말 예정된 실적발표와 컨퍼런스콜에도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