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모두 RE100 가입, 청사진 발표재생에너지 공급 부족, 데이터센터 건립도 문제전력 사용 지속 증가, 탄소 배출권 구매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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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이동통신 3사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목표로 하는 ‘RE100’ 가입을 선언했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2020년 그룹 계열사와 RE100을 도입한 이후 KT가 6월에 가입을 완료했다. LG유플러스는 한국형 RE100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목표는 동일하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글로벌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부터 주도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현재 378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가입 후 재생에너지 구매, 자가 발전 등으로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완료하면 된다.

    SK텔레콤은 직접 온실가스 배출과 간접 배출 총량을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47.7% 가량 줄일 계획이다. 네트워크 장비 소모 전력을 53% 절감하는 싱글랜 기술을 도입해 탄소배출권을 매년 1만톤 이상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싱글랜은 3G와 LTE 장비를 하드웨어 교체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하나의 장비로 통합 운영하는 기술이다.

    KT도 2030년까지 전력구매계약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대체 40%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전했다. 2025년까지 그룹 내 자원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확보에 주력하고 에너지 신기술 분야 연구개발을 강화한다. 그룹사의 컨트롤타워로서 그룹사 전반의 RE100 이행 로드맵과 탄소중립 전략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의 한국형 RE100 가입도 시간문제다. 2030년까지 2021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을 38% 감축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최근 설립한 평촌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이하 데이터센터)에서 태양광 패널과 펌프 설비로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등 자가 발전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가 RE100을 이행하는 데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네트워크 장비 구축과 데이터센터 추가 건립에 따라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수급도 부족해 유상 구매할 탄소배출권 규모도 작지 않다.

    통신사들은 탄소 간접배출에 해당하는 전력 사용에서 90% 이상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전체 전력량에서 네트워크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5%, 데이터센터는 20% 정도다. 5G·6G로 네트워크 고도화와 클라우드 도입으로 장비 구축과 데이터센터 설립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전력 사용량이 늘면서 통신사들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아지고 있다. 2021년 KT는 130만 5870톤으로 지난해보다 10.1% 많았고, LG유플러스는 139만 8845톤으로 8.2% 증가했다. 2020년부터 RE100 이행을 선언한 SK텔레콤도 105만 1348톤으로 전년 대비 1.1% 늘어났는데, 이는 5G 상용화로 인한 장비 증설이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많지 않아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문제다. SK텔레콤은 2월 한국전력공사와 녹색프리미엄(재생에너지 추가 요금 납부) 계약을 체결하고 120.1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데이터센터에 공급했다. 올해 예상 전력 사용량의 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에 통신사가 유상 구매해야하는 탄소배출권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2030년까지 SK텔레콤은 2000억원, KT는 1000억원 이상 탄소배출권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사에서는 탄소 배출에 기여하는 바를 인정받아 정부 지원과 혜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사들의 매출이 정체되고, 새로운 수익원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에 발생하는 투자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RE100 가입은 실제 객관성보다는 목표로서 의미를 두고, 현실화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