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구독료 인상 및 계정공유 금지 행렬스트림플레이션 기조 속 가입자 혜택 줄어드는 짠물 정책촘촘하고 교묘해진 구독료 설계… 이용자 피로감 조장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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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족인데도 한 집에 살지 않으면 넷플릭스를 볼 수 없다?

    언뜻 이해가 되질 않는 말이다. 가족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인터넷주소(IP)를 쓰지 않으면 넷플릭스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집에서 떨어져 사는 가족일 경우 같은 계정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5000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는 지난해 1월부터 이 같은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펼쳐왔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구독자 증가세가 둔화되자 수익성 중심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전환한 것. 이 같은 전략은 주효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계정 공유를 제한하면서 가입자가 15~20%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넷플릭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에서 가장 저렴한 광고 없는 요금제(베이직 요금제)를 폐지했다. 가입자에게 광고 없는 스탠더드 또는 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 중 선택하도록 했다. 가장 비싼 요금제인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의 가격도 월 19.99달러에서 22.99달러로 인상했다.

    이는 OTT 업계에 큰 자극이 됐다. 디즈니플러스는 미국, 코스타 리카, 과테말라,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계정 공유 단속에 나섰다. 이와 함께 중간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요금제와 광고 없는 요금제 가격을 모두 2달러씩 올렸다. 유튜브의 경우 프리미엄 가격을 일반 가입자 기준 42.6% 대폭 인상했다. 2020년 유튜브 프리미엄 초창기 가입자의 경우 월 8690원에서 71.5% 인상되는 셈이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였다. 티빙은 올 초 베이직·스탠다드 요금제를 20% 올렸으며, 계정 공유 금지 정책도 검토 중이다. 쿠팡도 지난 8월부터 유료 멤버십 구독료를 58.1% 인상했다. 숲(옛 아프리카TV)도 3년 만에 구독료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스트리밍(streaming)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OTT 요금 인상을 빗댄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OTT 구독료가 평균 25% 가량 급등했다며 스트림플레이션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최근에는 구독과 인플레이션 합성어인 '구독플레이션'도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다.

    OTT 업계는 최근 3년간 콘텐츠 투자 위축, 불법 스트리밍 등의 요인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며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와 동시에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등 '짠물' 정책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가입자들의 선택권과 혜택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불황 속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의 삶 또한 팍팍해졌다는 점이다. 넘쳐나는 OTT 플랫폼 속에서 무분별한 요금 인상이 되레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촘촘하고 교묘해진 구독 경제 시스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오히려 할인 프로포션을 통해 구독자를 확보하는 상반된 전략을 펼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