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1개 금투사 2050억 투자…모두 고객 계정 "강원도를 믿고 투자했는데"…증권업계 긴장부동산PF 연쇄적 부실 위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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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권사 10곳과 운용사 1곳이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일으킨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가 보증을 섰기 때문에 국채로 생각하고 투자를 했던 상황에서 강원도의 디폴트선언은 채권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에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멀티에셋자산운용 펀드가 레고랜드 ABCP에 20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과 운용사는 신탁 형태로 1100억원, 랩(WRAP) 등 위탁 형태로 9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 고유 계정은 없고 모두 법인투자자 계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사 중에선 신한투자증권이 신탁 형태로 550억원을 보유해 가장 많았다. 

    이를 포함해 IBK투자증권(250억원), 대신증권(200억원), 미래에셋증권(200억원), 삼성증권(200억원), NH투자증권(150억원), 한국투자증권(150억원), DB투자증권(150억원), 유안타증권(50억원), KB증권(50억원)이 총 19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멀티에셋자산운용이 100억원을 편입했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5010억원 규모의 펀드에 해당 ABCP를 편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펀드의 수익자는 3명의 법인 투자자였다.

    투자는 모두 법인투자자 계정으로 ABCP를 편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투자자 계정이 포함되지 않아 개인 투자자 손실 우려는 없다. 

    반면 증권사 고유계정 편입분도 없어 ABCP 관련 피해는 다시 고객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필요 자금을 조달하고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ABCP '아이원제일차'가 부도 처리됐다. 강원도는 지분 44%를 보유한 GJC의 최대주주다.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증권업계 긴장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금리 4%대에 거래되던 PF ABCP는 이달 들어 레고랜드 사태 이후 8~10%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주시하는 레고랜드 디폴트의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지자체가 보증한 기업어음(CP)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실제 회사채와 기업어음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디폴트건으로 유동화증권 관련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고 금리가 순식간에 치솟았다"며 "자칫 개별 증권사별로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