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76, 2p↓… 기업 심리 '꽁꽁'11월 BSI전망 86.7, 25개월만에 최저…8개월째 기준선 하회기업활력 위한 尹정부 '감세정책' 정쟁 도구 전락… 기업 '막막'
  • ▲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 공청회.ⓒ연합뉴스
    ▲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 공청회.ⓒ연합뉴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복합위기에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기업체감 및 경기전망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새정부들어 민간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추진한 법인세 인하 등 조세정책 개편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며 개점휴업 상태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실적)는 76으로 조사됐다. 전달(78)보다 2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2월(76)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다. 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흐름도 좋지 않다. 8월 81로 올랐다가 지난달 78, 이달 76으로 2개월 연속으로 내렸다.

    대기업(-3p), 중소기업(-1p) 모두 내렸다. 내수기업은 제자리걸음한 반면 수출기업(-6p) 하락폭이 컸다. 제조업의 BSI는 72로, 전달(74)보다 2p 내렸다. 지난 2020년 9월(68)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저다.

    고환율 등으로 원자잿값이 뛴 데다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등 불확실한 경제상황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내놓은 BSI 전망도 부정적이다.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1월 BSI 전망치는 86.7로 나타났다. 2020년 10월(84.6)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 4월(99.1)부터 8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84.0, 비제조업 89.7이다. 올 6월부터 6개월째 동반 부진이 이어졌다. 제조업의 경우 2개월 연속으로 기준선을 넘긴 업종이 전무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 수출의 쌍두마차인 반도체 등 전자·통신과 자동차·기타운송이 각각 90.0, 89.7로 부진했다. 전경련은 제조업 BSI 악화로 수출전선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했다.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냉각되고 있지만,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새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편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도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을 공격했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감에서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최근 사임한 리즈 트러스 총리를 언급하며 "영국이 감세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내각이 무너지지 않았느냐"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선 7일에도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영국이 소득세 감세를 철회했다. (우리나라가) 같은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감세 철회를 압박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영국은 감세와 함께 200조원쯤의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을 쏟아냈고 이게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면서 "우리는 영국의 감세 프로그램과 다르다. 우리는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을 낼 때 이미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으나 야당은 '부자감세'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는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월26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법인세 인하 관련 질문을 받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1.6%쯤이다. 우리나라는 25% 정도라 높은 수준이다.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일 발간한 KDI 포커스에서 "OECD 회원국 중 4단계 누진구조의 일반 법인세율 체계를 가지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며 "'법인세 감세=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낡은 정치적 구호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3%p 내리면 경제 규모가 단기적으로 0.6%, 중장기적으로 3.39%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전경련이 올 1~9월 평균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경영지표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이른바 '칩4(Chip4) 동맹' 중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이 지난해 기준 26.9%로 가장 높았다. 미국(13.0%), 대만(12.1%)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18년 25.5%에서 3년 새 1.4%p나 증가했다. 반대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에 힘입어 지난해 법인세 부담률이 2018년보다 3.4%p 감소했다. 대만의 법인세 부담률은 칩4 동맹 중 4년 연속 최저로 나타났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삼성이 내는 법인세가 구글, 인텔 등보다 월등히 많다. 우리나라는 돈 잘 버는 기업과 사람에 세금을 몰아서 징수하는 구조"라며 "감세 정책이 성장과 소비 모두에 긍정적이라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연구보고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라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국민과 기업이 활력을 넘치게 해주는 것인데, 잘못된 정치이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민주당이 정파 논리로 세제 개편안 처리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감사원의 사정 움직임을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25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거부)한 거야(巨野) 민주당은 앞으로 예산안·법안 심사 과정에서 실력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이지 않게 예산심사는 그 어느 해보다 철저히, 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인세를 둘러싼 여야 대치에 속이 타는 것은 기업들이다. 세율 1%p에도 큰돈이 오가는 만큼 기업은 세율 인하 여부에 따라 투자·경영계획을 달리하지만, 현재로선 안갯속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