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외 경제성장·금융안정도 고려" 기준금리 밑도는 국고채금리 경기 둔화 시그널 높아져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한국은행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격적인 긴축 정책이 계속돼 왔으나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생산자 물가가 두달 연속 하락하며 물가 안정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통화정책 결정에 물가 외에도 성장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하겠다고 밝혀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는 양상이다. 

    이창용 총재는 18일 외신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서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5%를 넘어 물가 안정에 최우선을 뒀다"면서 "올해는 5%로 시작해 연말에 3% 정도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돼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한 정교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2월 유가와 환율 하락에 따라 전월 대비 두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통상 생산자물가가 1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은행이 2월 기준금리를 결정에서 동결에 힘을 보태는 지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 됐다. 

    소비자물가 역시 상승세도 눈에 띠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작년 7월 6.3%로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확연히 완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경기성장세가 약화되며 경기 전망이 어두워진 점도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를 재촉하고 있다. 

    한은이 내달 발표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더 낮아지는 것이 확실시 된다. 수출 부진 속 내수경기 둔화에 금리인상까지 겹쳐 급기야 올 상반기 성장률은 0%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뒤따른다.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는 경기 위험 수위를 한층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다만 우리경제에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통화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최근 한은 블로그에 "물가 상승률이 1~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외 경기 둔화 폭,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전가 정도, 환율 및 국제원자재가격 움직임 등과 관련해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중국경제의 회복속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전개 상황에 따라 물가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한편 국고채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감이 번지면서 국채 1년물을 제외한 모든 만기 국채 상품 금리가 기준금리(3.5%)를 밑돌고 있다. 

    19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248%로 하루새 0.142%p 내렸다. 작년 9월 4.548%까지 올랐다가 4개월 만에 1.3%p나 빠졌다. 채권금리는 만기가 짧을수록 금리가 낮은데 단기국고채 금리가 장기 국고채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 이후, 국내 채권시장은 이번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란 기대가 확대돼 국고채 3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될 경우, 역전폭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