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폐지하되 재산세로 통합 … 필요시 초고가에만 일부 부과상속세, 유산세로 전환 … 가업 상속세와 중산층 등 모두 과표 수술
  • ▲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연합뉴스
    ▲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연합뉴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은 다주택자 일부에게만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재산세'로 흡수해서 계속 내게 하고 대다수 주택보유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구체적인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성 실장은 상속세에 대해서도 현행 50%(대주주 할증시 60%)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세율을 OECD 평균(26%)인 30% 내외로 낮추고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의 형태로 바꿀 것을 제안하면서 같이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성 실장이 언급한 방안은 여러 경제연구소나 경제단체들이 지속해서 제안해 온 방안이다. 다만 정부 주요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입에서 처음 언급되면서 징벌적 조세 제도의 개편안이 실제 입법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실이 종부세·상속세 개편을 꺼낸 것은 두 세금 모두 중산층까지 부담이 확대되고 이미 세금을 낸 재산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세금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오죽했으면 '부자감세론'에 여념 없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조차 개편 또는 폐지 주장이 나왔느냐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종부세와 상속세가 더 이상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 아니라 중산층까지, 또 부동산 시장과 기업 활동을 일정 부분 옥죄는 부작용이 커진 만큼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개편안은 7월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된 종부세는 20여년이 흘렀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도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다주택자는 9억원 이상 주택이 과세 대상인데 서울 주택 상당수가 9억을 훌쩍 넘는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를 거치는 동안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과세 대상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중산층까지 확대되고 재산세와 중복 세부담에 징벌·이중 과세라는 비판이 크다. 따라서 투기와 상관없이 집 한 채 마련해 사는 실거주자에 고통을 주는 이런 징벌적 종부세는 손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적지 않은 다주택자가 무주택자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대부분이 저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인데 이들에게 징벌적으로 과세할 경우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가 전가되는 부작용이 커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 초 진행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으로 과세하면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가 전가된다"라며 "징벌적 중과세를 철폐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학계에선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폐지는 물론 다주택자 징벌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종부세 자체를 아예 폐지하고 재산세로 통합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부자 감세' 논란에 대해선 필요시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만 일부 부과하면 된다는 것이다. 

    성태윤 실장은 "종부세를 재산세에 일부 흡수하는 것이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은 다주택자만 계속 종부세를 내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상속세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00년 최고 세율을 50%(기업 최대주주는 60%)로 높이고, 최고 세율 과표 구간을 50억원에서 30억원 초과로 낮춘 뒤 24년 간 묶여 있다. 상속세 공제 한도 10억원과 일괄 공제액 5억원은 28년째 그대로다. 

    그 사이 국민소득은 4배 커졌고 집값은 10배 이상 급등했다. 1997년 당시에만 해도 서울 강남 압구정동 60평 아파트를 물려받아야 상속세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의 20~30평대 아파트라도 과세 대상이 됐다. 상속세가 더 이상 부자 세금이 아니라 '중산층 징벌세금'이 된 것이다. 

    고(故) 김정주 넥슨그룹 회장이 타계했을 때 유족들이 넥슨 지주회사인 NXC 주식을 상속세로 내자 기획재정부가 2대 주주가 되는 촌극이 벌어졌고, 유니더스(콘돔)·쓰리세븐(손톱깎이)·락앤락(밀폐용기) 등 세계시장을 휩쓸거나 국내 1위 업체가 상속세 부담에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따라서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자녀·배우자 상속세 일괄 공제 한도를 높이는 1단계 개편 작업을 거친 후 유산 취득세·자본 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구상이다. 성태윤 실장은 "서울 아파트 한 채 정도를 물려받는데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갖지 않는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의지와 달리 민주당이 부자감세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수술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학계 한 인사는 "중산·서민층조차 수백만원의 세금을 떼이고 있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으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개선 또는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인데, 여전히 '부자감세'론이나 '세금 부족한데 세수를 왜 줄이냐'는 목소리도 공존하는 만큼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