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엄정하게 책임 물을 것" 쓴소리… CEO 제재 시사책무구조도 내달 시행… 현실적으로 소급적용 어려워
-
대규모 횡령 사태가 재발한 우리은행에 금융당국이 엄정한 책임을 묻기로 하면서 제재 수위와 범위에 관심이 쏠린다.책무구조도 도입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병규 우리은행장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발생한 우리은행 100억원 규모 횡령 사건에 대해 “책무구조도 등 지배구조법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필요 시 현재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본점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영업점 일선에서의 방어 체계, 본점 여신, 감사단 등 소위 3중 방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점검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본점의 문제가 있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발언을 놓고 업계는 담당 직원을 넘어 임원까지 제재할 수 있다는 의도로 해석했다.◇우리은행, 지난 10년간 횡령사고 28건… 내부통제 무용론금감원이 강경한 태도를 보인 데는 우리은행이 내부통제를 개선했음에도 재차 사고가 터졌고, 앞선 횡령에 대한 제재 역시 미흡했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서다.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 취임 이후 지난해 7월 내부통제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2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김해 한 지점에서 100억원대 대규모 횡령사고가 또 벌어졌다.금감원이 현재 조사 중인 이번 횡령 건을 포함해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10년간(2014~2024년) 총 28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매년 2~3건의 사고가 터진 셈이다.우리은행은 해당 사고자에 대해서는 모두 면직 처분했지만 그 외 관련자들은 견책과 주의 수준의 제재가 대다수였다.금융당국도 지난 2022년 우리은행의 700억원 규모 횡령 사고에 대해 횡령을 주도한 우리은행 직원에 대해 ‘정직’ 처분으로 갈음했다. 제재 대상에서 관리자인 임원들은 견책이나 주의 등 경징계 수준에 그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결국 이 원장이 강경한 제재 의지를 표명하면서 우리은행은 또 다시 내부통제 자구책을 내놓게 됐다.◇정치권도 지적 보탰지만… 책무구조도 도입 전 처벌은 어려울 듯정치권에서는 최고 책임자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100억원대 횡령과 관련해 "700억원대 우리은행 횡령사고 발생 이듬해인 2023년에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기업문화 수립'을 강조하며 내부통제 등 조직에 부족한 점이 있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공헌했다"면서 “그러나 임 회장 취임 이후 3건의 횡령사고가 터지면서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금융권 횡령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최고책임자인 임종룡 회장에게 강력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러나 임종룡 회장이나 조병규 행장에 대한 제재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책무구조도 시행 전이라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다음달 3일 시행되는 책무구조도 제도는 금융사 각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것으로, 내부통제 책임을 위임하지 못하도록 원칙을 만든 것이다.게다가 책무구조도 도입 내용을 담은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 후 6개월 유예기간 내에 금융지주와 은행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업계 안팎에서는 횡령사고가 재차 발생한 만큼 법 시행 전 책무구조도를 선제적으로 제출하는 금융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은행 관계자는 “조 행장이 작년 7월 내부통제 개선안을 내놓고 내부통제 관리의무 수행, 잠재적 위험요인, 취약분야를 점검하고 사태 반복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금융당국이 해석할 여지 있어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