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키움證 등 지난달 임직원 성과급 지급…액수 대폭 감소실적 급감 부서 성과급 감소 전망…중소형사 다수 미지급 계획금감원장 일부 증권사 성과급 제동…업계 임직원 반응 싸늘
  • 작년 영업환경 악화로 증권사들이 올해 성과급을 대폭 줄이는 가운데 최근 금감원발 성과급 자제령 까지 더해졌다.

    악조건에서도 좋은 실적을 냈던 부서를 중심으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와 같은 일반 사기업의 보수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지난달 성과급 지급을 완료했다. 다만 그 규모는 예년보다 큰 폭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메리츠증권은 오는 21일,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이달 말,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등은 다음 달 초과 실적을 달성한 부서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들 또한 성과급의 규모가 전년 대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대다수 증권사의 실적이 급감한 만큼 평소 때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특히 작년 수익을 내지 못한 부서는 성과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분위기는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실제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한 다올투자증권을 비롯해 실적이 급감한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올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특정 부서를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경영난을 겪은 상황에서 올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직원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의 증권사 성과급 지급 제동과 관련한 언급은 좋지 않은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그간 부동산 PF와 단기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라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과 현금배당 등에서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유동성 지원을 받은 중소형 증권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은 물론 증권업계 전반에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사 관계자는 "비록 중소형사들이 제2 채안펀드 등 중소형 증권사 지원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서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증권사들이 공공기관이 자금을 출자하는 공적자금을 이용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은행의 경우 예전부터 관치가 있었고,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용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최근엔 당국이 증권사를 은행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원부서의 경우 불합리함을 토로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작년 실적이 좋았을 때 증권사 내 막대한 성과급을 받은 곳은 일부 영업부서일 뿐 지원부서는 해당되지 않았다"라며 "이를 두고 지난해 증권사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해놓고 올해는 성과급 지급 자체를 자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업권 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 좋은 실적을 낸 증권사와 일부 부서도 있다"라며 "금융당국이 노골적으로 경고를 내린 상황에서 회사로선 이들에게 어느 정도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