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강조한 전경련, 대통령 인수위 출신 정치인 영입2월23일 정기총회 열어 안건 상정재계 "혁신 아닌 무리수"… 단체 존재 가치 의구심
-
20일 전경련에 따르면 오는 23일 정기총회에서 김 내정자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김 내정자는 6개월간 전경련의 혁신과 차기 회장을 물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전경련은 선임 배경으로 "김 내정자는 풍부한 경험과 학식뿐 아니라 전경련이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전경련을 과도기적으로 맡아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웅열 회장후보추천위원장 겸 미래발전위원장은 이번 내정과 관련해 "지금 전경련은 탈퇴한 기업과 국민으로부터 여전히 외면받고 있는 위기상황"이라고 강조하며 "김 내정자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객관적인 시각과 뛰어난 역량으로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전경련 최장수 회장을 맡았던 허창수 회장이 '쇄신' 의지를 강조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결과물이 환골탈태 다짐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경련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위상이 추락했는데, 현 정부 들어서도 분위기가 전환되지 않자 정권과 가까운 인사를 영입했다는 뒷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단체성격과도 맞지 않는다. 상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아우르는 반면 전경련은 대기업이 주된 회원사인 순수 민간 경제단체로, 기업인들과 경제인들의 경제적 활동으로써 만들어지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하는 기관에 대통령 인수위 특별위원장이 수장을 맡은 것.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옛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국무총리에 지명됐다가 철회됐고,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이 쇄신을 강조하며 사의를 표명한 대표 경제단체가 결국 단체 성격에도 맞지 않는 정치인을 직무대리로 내세웠다"며 "단체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전까지는 손경식 경총 회장의 경총-전경련 통합론이 무리수라고 생각했던 여론도 이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만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한국판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프로젝트 등 MZ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내놓은 전경련의 방향과도 전혀 다른 인사다. 이 프로젝트는 전경련 회장단 등 대기업 회장과 전문경영인,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 등 3인의 기업인이 선발된 MZ세대 일반인 30명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과연 MZ세대가 대통령 인수위원장을 지낸 1954년생의 전경련 회장을 만나서 소통하고 싶을지도 의문이다.
한편, 이웅열 위원장이 맡았던 전경련 미래발전위원장은 김병준 내정자가 맡는다.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이웅열 회장이 지속해 맡을지, 김 내정자가 맡을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웅열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김 내정자는 앞으로 약 6개월 간 새로운 전경련의 기초를 세우고, 진정으로 변하게 해 다시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조직으로 환골탈태하게 할 것"이라며 "약속한 기간이 지나고 결과물로 평가를 받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