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이후 전선 확대서린상사 사업조정… 영풍 협업 중단 3대 75년 동업 균열… 사실상 계열 분리 수순
-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였던 고려아연과 영풍이 '동업의 상징' 서린상사로 전선을 확대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된 지분싸움은 3대에 걸쳐 쌓아온 동업자 관계를 결별 수순으로 몰아가고 있다.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제품 유통을 담당하는 서린상사 내 사업 조정안을 추진 중이다. 조만간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을 다시 꾸리고 장기적으로는 원료 공동 구매를 포함한 영풍과의 협업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만든 비철금속 제품을 유통하는 핵심 자회사다. 비철금속의 양대 산맥인 두 회사를 담당하면서 시장 지배력이 극대화된 곳이다. 지배구조를 보면 고려아연이 지분율 49.97%로 최대주주이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 지분이 33.33%로 구성돼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은 16.67%에 그친다.하지만 고려아연을 장악한 최 씨 일가가 서린상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개편하면 장 씨 일가의 영풍은 타격이 불가피 해보인다. 그동안은 장 씨 일가가 서린상사 경영을 맡아왔다. 서린상사는 지난해 실적으로 매출 1조5290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위주로 서린상사가 재편되면 영풍은 설 자리를 잃게될 수도 있다"고 했다.고려아연의 공세적 태도는 경영에 관여하려는 영풍 측과의 갈등에서 예고돼 왔다.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영풍 측은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3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이 조업 차질 영향이 서린상사를 거쳐 우리에게까지 미칠 수 있어서 협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풍 측 관계자는 "경영 분리를 위해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양 측의 갈등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제3자 투자 범위를 넓혀 우호지분 확보에 집중하고 있고, 영풍 장 고문 측은 배당금을 늘려 지분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양 측 모두 분쟁에 쐐기를 박을 결정적 한방이 없는데다 이해관계도 복잡해 당장 계열 분리 작업이 시작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려아연이 속한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최기호·장병희 명예회장이 공동 창업한 이후 3대에 걸쳐 동업자 경영을 이어온 곳이다. 이후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장 씨 집안은 영풍을 중심으로 경영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