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대변할 후보들 줄줄이 탈락이영 전 장관·최승재 의원 고배비례 오세희 전 소상공인연합회장 유일"중기 후보들 되레 역차별"
  • 22대 총선을 앞두고 경제계 목소리를 대변할 인사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청년, 여성, 장애인, 노동계 등에 밀린 탓이다. 특히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출신 인사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25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비례정당 포함)에서 출마하는 경제계 인사는 10여명에 그친다. 21대 총선에서 경제계 인사 17명이 등원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에서 재계 목소리는 상당폭 줄어들 전망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고동진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서울 강남구병에 후보로 나선다. HD현대그룹 출신으로 HD현대로보틱스 대표를 지낸 강철호 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은 경기 용인정에 배치됐다.

    비례대표 명단에는 OCI㈜ 부사장을 지낸 최수진 한국공학대 특임교수와 박준태 그라운랩스 대표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최 교수는 당선안정권인 비례순번 3번을 받았고 박 대표는 18번으로 비교적 앞순번을 따냈다. 비례 2번을 받은 탈북 공학도 박충권 후보도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출신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 박했다.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경기 화성을), 이재성 전 엔시소프트 전무(부산 사하을)을 제외하면 경제계 인사는 찾기 어렵다. 비례대표 순번에선 오세희 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당선권인 7번을 배치받아 체면치레를 했다.
  • ▲ 서울 한 식당에서 비어있는 가게를 바라보고 있다ⓒ뉴데일리 DB
    ▲ 서울 한 식당에서 비어있는 가게를 바라보고 있다ⓒ뉴데일리 DB
    오 전 회장을 제외하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대변할 인사는 경기 평택을에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한무경 의원이 유일하다. 21대 총선에서 비례 3번으로 국회에 등원한 한 의원은 초선으로는 드물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간사를 맡아 납품대금연동제를 이끌어내는 등 중소벤처기업계 오랜 숙원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윤석열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이영 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공천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고,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동주 전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회 부회장이 경선에서 떨어졌고, 중기중앙회 출신인 김경만 의원 역시 공천장을 받아들지 못했다.

    경제계 입지가 좁아진 만큼 다른 사회적 약자 계열의 몫은 늘었다. 최보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권경영위원은 국민의힘 비례 1번을 받았고, 서미화 전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남지부 대표에게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1번이 배정됐다. 백승아 전 강원교사노조 위원장은 3번을 따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을 대표하는 의원 수가 매우 적었던 21대 국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 우려된다"며 "장애인, 여성, 청년, 문화예술인을 비롯해 각 당에서 안배에 나서는데 정작 경제계 안배는 커녕 신청해도 외면당하는 것이 정치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해마다 강해지고 노란봉투법도 부활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경영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정치권이 경제계 목소리를 좀 더 귀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