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신한·한투·삼성·메리츠證,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금감원, 증권사 이자율 부과 관행 개선 움직임에 '움찔'당국 압박 속 인하 행렬 지속 전망…일각선 '관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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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업계 최저 수준임을 강조하며 신용융자 이자율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1조원 넘는 이자 장사를 손질하겠다고 밝힌 영향으로 증권사들은 당국 눈치 보기에 나선 모습이다. 일각에선 지나친 관치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27일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대 2.1%포인트 인하, 내달 10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용 고객 비중이 가장 큰 1~7일 구간에서는 이자율이 연 7.5%에서 5.4%로 낮아지고, 우수고객은 최저 4.9%를 적용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신용융자 사용 고객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고자 업계 최저 수준으로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신한투자증권도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을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신용거래융자 7일 이내 최단 기간인 경우 적용 금리는 종전 연 5.05%에서 연 3.90%로, 90일을 초과하는 최장기간은 종전 연 10.0%에서 연 8.90%로 낮아진다. 신용융자거래가 가장 많은 1~7일 기간 이자율은 연 1.15%포인트까지 낮췄다.
최근 증권사들은 앞다퉈 신용융자 이자를 낮추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신용융자 이자율을 현행 9.9%에서 9.5%로 0.4%포인트 내렸다.
뒤이어 삼성증권은 최대 0.4%포인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0.3%포인트, 메리츠증권은 2.4% 포인트 등 적용 이자율을 낮췄다.
◆금융당국 이자장사 압박에 눈치보는 증권사
표면적으론 고객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줄줄이 내리는 건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해 '돈잔치', '약탈적 영업' 등 작심 비판을 쏟아내자 금리인하가 보험사와 증권사 등 금융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 취약 계층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금리 부담을 겪는 와중에 수십조원 단위 이익이 발생하고 이익 활용 방식과 은행의 운영 방식 자체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면서 "이런 식의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게 적절한지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이 계속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당국은 내달부터 유관기관과 함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증권사 이자·수수료율 부과·지급 관행을 종합 점검할 방침이다. 증권사의 과도한 이자 장사 행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금감원이 관행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 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세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간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주식담보대출 이자는 높게 받아오면서도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은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책정해 비판을 받아왔다. 연 10% 안팎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도 고객 예탁금에 대한 이용료율은 연 0.3%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신용 이자 수익은 약 2조원으로 전년 대비 0.2% 늘었다. 지난해 증시 부진으로 반토막 난 실적에도 신용 이자 수익만큼은 견고하게 유지한 것이다.
당국 압박 속에 증권사들의 이자 인하 행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는 개인투자자도 많아지면서 유인책으로서 신용 이자를 낮추고 있다"면서 "당국 움직임에 맞춰 이자율을 인하하는 분위기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움직임에 볼멘 소리도 나온다.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에 대해 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기본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회사"라면서 "더더군다나 예대마진이 주 수익원인 은행과 증권사는 전혀 다르다. 고금리로 증권사 자금 조달 비용이 더 커진 상황에서 증권사가 마치 신용 이자로 큰 수익을 얻는 것처럼 몰아가는 건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