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손실 116억원… 법인 설립 이후 7년 연속위스키·증류 소주 등 트렌드 변화에 내수 판매 ↓발포주·탄산주 등 제품 카테고리 늘리며 체질 개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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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맥주가 계속되는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질 개선을 단행한다. 유흥채널에서 편의점으로 넘어온 수제맥주 트렌드에 대응하고 범용적인 주류 소비를 늘리기 위해 크래프트 맥주가 아닌 탄산주류와 발포주 등을 선보인다.

    다만 이러한 기타주류의 경우 시장 태동이 끝난 데다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지난해 영업손실 1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72억) 보다 44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288억원에서 239억원으로 줄었다.

    앞서 제주맥주는 지난해 상반기 원재료 가격 상승 여파로 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니아 갈등으로 인해 국제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은 데다, 편의점이 수제맥주의 새로운 판매처로 급부상하면서 신제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맥주는 하반기 유흥 시장 공략을 통해 반등을 꾀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위스키·증류소주 트렌드가 편의점과 마트를 점령하며 내수 판매 자체가 역신장했다. 실제로 2021년 272억원이었던 제주맥주의 내수 판매 규모는 지난해 216억원으로 20.5% 줄었다. 수출은 같은 4억5000만원에서 5억9000만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주맥주는 수년간 이어진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적자만을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2021년 상장 이후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수익성 개선은 시급한 숙제다. 코스닥 시장에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경우 관리종목, 5년 연속일 경우 상장 폐지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크래프트 맥주 위주 제품 카테고리를 발포주와 탄산주 등으로 넓히며 가볍게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굳이 ‘수제맥주’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생맥주 기자재 회사 비어테크와도 결별했다. 제주맥주는 유흥채널 확장을 위해 2018년 지분 30%를 확보하며 공동경영에 나선 바 있지만 4년 만에 결국 결별했다. 수제맥주 소비 주체가 유흥 채널에서 마트·편의점으로 옮겨온 만큼, 소비 수요 변화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먼저 지난해 연구개발을 끝마친 ‘하드셀처’ 상품화에 나선다. 하드셀처란 맥아를 사용하지 않고 설탕을 주원료로 효모 발효한 기타주류를 말한다. 단 맛과 탄산이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발포주 개발에도 나선다. 제주산 원료를 바탕으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주류 제품을 확장시키기 위함이다.

    페어링과의 연계를 통한 F&B 사업도 점진적으로 늘려간다. 앞서 제주맥주는 2020년 제주도에 F&B 매장 오픈을 계획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2021년 서울 이태원에 제주맥주 스페셜 펍을 오픈한 바 있다.

    다만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나 오비맥주의 ‘필굿 등 발포주 시장은 이미 형성된 데다, 하드셀처 제품군 역시 편의점들이 PB 주류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포주나 하드셀처 주류의 경우 이미 주요 대기업이 시장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미 해당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 각인된 이상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