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짠물 소비가 늘면서 저가 트렌드 확산편의점, 대형마트 등 앞다퉈 가성비 무기로 '저가 경쟁' 신세계그룹, 11월 쇼핑 행사에서 매출 목표만 1조9000억원
  • ▲ CU 5000원 이하 가성비 도시락 라인업 확대ⓒCU
    ▲ CU 5000원 이하 가성비 도시락 라인업 확대ⓒCU
    다가오는 연말에도 유통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의 전략도 변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아예 해외 투자에 초점을 모으는 중이다. 불황 극복에 나선 유통업계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올해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이른바 고객들의 ‘짠물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5000원 이하 균일가 다이소의 뷰티 품절대란을 비롯해 5000원 미만 편의점 도시락 등 저가 상품의 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길어지는 불황 속 유통업계가 얇아진 소비자 지갑을 가성비로 무장한 저가형 상품으로 공략하며 불황을 넘고 있다. 계열사와 연합해 할인 대전을 열며 얼어붙은 지갑을 여는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이마트 등 유통업체부터 뷰티, 패션업계까지 유통업계가 앞다퉈 저가형 제품을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도 한끼를 든든히 채울수 있는 5000원 미만 도시락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올해 들어 5000원 이상 가격대의 도시락 판매 비중이 70%에서 60%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5000원 미만인 도시락 판매 비중은 20%대에서 30%대까지 상승했다. 5000원대 미만 도시락을 찾는 손길이 많아진 것이다. 

    CU가 올해 초 선보인 ‘놀라운 시리즈’에 이어 4000원 안팎의 간편식 10종을 최근 출시했다.  균일가 3900원의 컵밥 5종과 균일가 4500원의 컵요리 5종으로 구성됐다. 

    CU가 올해 초 선보인 880원 컵라면, 990원 스낵, 1000원 두부 득템도 출시했다. 두부의 경우 보름 만에 3만 여개가 팔렸다. 올해 1000원 이하 상품의 매출신장률은 전년 대비 27.3%를 기록했다.

    GS25는 스테디셀러 도시락 ‘혜자로운집밥 도시락’ 시리즈를 반찬 구성부터 원재료, 용기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보완 리뉴얼을 진행했다. 지난 2010~2017년 판매된 김혜자도시락은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의 요청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2월 재출시됐다. 

    재출시 이후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수량은 3500만 개로 매출 효과는 약 16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개월 간 전체 도시락 카테고리 매출도 크게 신장해 가맹점과 도시락 제조 협력업체 수입도 증가했다.

    GS25 관계자는 “고물가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편도족’에 큰 사랑을 받아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도 직장인들의 인기 점심 ‘뷔페’ 콘셉트의 5000원 미만 ‘맛장우도시락 올데이뷔페’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배우 이장우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에 맛과 양을 두루 갖춘 맛장우 가성비 간편식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 가격 역주행 행사 포스터ⓒ이마트
    ▲ 가격 역주행 행사 포스터ⓒ이마트
    마트에서도 초저가 델리상품을 내놓고 있다.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한층 저가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강정 브랜드 ‘솥솥’ 6종으로 내놨다. 프랜차이즈 치킨과 비교하면 저렴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2000원대 초가성비 버거를 델리를 출시했다. 이마트가 추진 중인 ‘어메이징 델리’ 2탄 버전이다.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까지 3개 채널에서 함께 주요 먹거리와 생필품을 초저가에 제공하는 ‘가격역주행’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올해부터   ‘핫 프라이스(hot price)’를 시작했다. 매주 구매 빈도가 높은 식품과 생필품 가운데 상품 하나를 선정해 초저가에 판매한다. 

    11번가, 쿠팡, 롯데온, 쓱닷컴 등 이커머스들도 일제히 총출동해 11월 쇼핑 축제를 열며,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18개 계열사가 연합해 이달 1~10일 진행하는 할인 행사 '쓱데이' 매출 목표를 1조9000억원으로 잡았다. 작년 할인 행사 기간에는 참여 계열사 사 대부분이 10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소비자의 얇아진 지갑 공략을 위해 할인을 내세운 전략이 통하고 있는 셈이다. 
  • ▲ 스파오 착한 가격 라인업ⓒ이랜드
    ▲ 스파오 착한 가격 라인업ⓒ이랜드
    패션·뷰티 업계도 저가 공세를 한층더 강화했다.

    저가 가격대를 이미 형성하고 있는 SPA브랜드도 가격을 내렸다. 이랜드월드 SPA 브랜드 스파오는 가격을 인하한 ‘착한가격 라인업’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 9900원으로 출시된 웜테크는 15년 전 가격인 1만2900원 보다 가격이 인하됐다. 베이직 플리스 집업도 2009년 출시가인 3만9900원보다 가격이 절반가까이 줄어 들었다.

    SPA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도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0개 이상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 저가와 트렌디한 디자인을 내세운 점이 고물가 시대 통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 매출 2000억원대 무신사 스탠다드가 올해 3000억원 돌파 가능성도 점친다.  

    다이소도 5000원 이하 균일가 정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뷰티 럭셔리 브랜드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다이소 유통 채널을 위한 저가 제품 브랜드를 출시하고 입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가성비 소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유통업계가 저가형 상품 라인업을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