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회장 "대만에 생태계 확대 필요성"...자국 투자 시사美 제시 보조금 조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추가 협상 가능성국내 용인 클러스터 투자 발표 삼성… 보조금 조건 불만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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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정부가 제시한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지급 조건이 과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31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은 대만반도체산업협회가 주최한 콘퍼런스 이후 반도체법 관련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조건들을 조정하길 바란다"며 "미국 정부와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조건 세부지침을 공개한 이후 보조금 신청 대상 기업이 이처럼 속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미국에 파운드리 신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번 지침에 대해 별 다른 입장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국내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 제조 중심은 국내가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TSMC도 삼성과 비슷하게 국내에 더 많은 생산시설을 구축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추후 자국인 대만에 투자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류 회장은 앞선 행사에서 "대만이 더 완전한 반도체 공급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장비들을 대만에서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만이 고유 공급망을 확보하도록 정부가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만반도체협회장으로서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싣는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TSMC도 자국인 대만에서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이어가며 반도체 제조 핵심 기지 역할을 키워가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내건 일부 지침이 자칫하면 기업의 영업기밀을 누설하는 수준이고 보조금 규모도 당초 예상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국내 투자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미국 내 생산시설에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과 이익 등 주요 재무지표와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수율, 판매가격 등의 정보를 꼼꼼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이런 지표를 엑셀 형태의 파일로 제출하게 해 사실상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운영되는 반도체 공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따져보겠다는 뜻이라 투자에 나선 기업들 사이에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TSMC 회장이 언급한 '일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도 이처럼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수치들을 공개하는 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TSMC가 미국 측과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볼 때 미국 정부도 반도체 제조사들과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서 세부 지침을 일부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