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협의회, 요금 인상 '잠정 보류'… "시기·폭 더 논의""한전 등 뼈 깎는 자구노력이 우선… 국민부담 최소화"최근 근로시간 개편·저출산대책 악재… 지지율 하락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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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정작 요금인상 결정은 유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당정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협의회를 진행한 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 발표를 잠정 보류한다고 밝혔다. 당정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상황 악화로 에너지요금 정상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민부담 최소화를 우선하여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요금 인상 폭과 시기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산업통상자원부는 시간 여유를 가지고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 요금조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실상 '여론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상황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스공사는 8조6000억 원의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존립 자체를 우려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한전은 오는 2026년까지 경영정상화를 위해 올해 킬로와트시(㎾h)당 51.6원의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했었다. 올해 1분기 ㎾h당 13.1원 올린 것을 감안하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 요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면 냉방수요가 많은 여름철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가스요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동결했던 가스요금은 겨울철이 지나면서 난방수요가 줄어 2분기 인상이 적기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가스공사도 2026년까지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올해 메가줄(MJ) 당 10.4원을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의견을 제출했다.전문가들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산업부도 그동안 물가자극 우려에 망설이고 있을 뿐 사실상 에너지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하다는 태도였다. -
요금 인상 기류에 급제동을 건 것은 여당이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정부가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회를 마친 후 "요금을 인상할 경우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일각에선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보완하는 근로시간 개편안과 저출산 대책 등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당이 신중을 기하려고 한다는 의견도 없잖다. 정부는 이달 초 근로시간제도를 유연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70년간 유지된 '1주 단위' 근로시간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보고 '주 52시간제'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유연화해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고 기업·근로자가 합의를 거쳐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바쁠 때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권은 이를 '주 69시간제'로 명명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경영계도 "정부안은 근로자 대표나 노조의 합의가 있어야 연장근로 변경이 가능한 데도 노동계가 마치 기업이 무조건 추가 근로를 강제해 과로를 조장하는 것처럼 왜곡한다"며 반발하는 중이다.저출산 대책은 여당의 설익은 발표가 화근이었다. 여당은 30세 이전에 자녀 3명을 낳으면 군복무를 면제해주거나, 부모가 재산을 증여받을 때 자녀 1명당 1억 원의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대책을 내놨다가 역풍을 맞았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국민의힘은 검토하던 사안 중 하나였다며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이달로 당선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 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한국갤럽, 28~30일 여론조사)이 4개월 만에 다시 30%로 내려온 것도 정부·여당에는 부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까지 들고나온다면 MZ세대 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정이 일단 의견수렴을 이유로 시간을 벌었지만, 적극적으로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없잖다.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의 한계에 부딪힌 국민의힘이 선거를 앞두고 에너지요금 인상에 발벗고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이런 우려에 대해 박 정책위의장은 "(2분기 요금이 동결이라고) 그렇게 단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