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수출부진에 2월 세수진도율 13.5%… 17년만에 최저종부세 공정시장비율 60→80% '만지작'… 유류세 원상회복 무게근로장려금, 조세특례평가 대상 포함… 지급확대 기조 접을 듯
  •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경기침체와 수출 부진으로 세수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담을 줄여줬던 종합부동산세와 유류세를 원상복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2월 국세수입은 54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7000억 원 줄어들었다. 연초부터 세수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

    올해 정부가 예상한 세입예산은 400조5000억 원 규모다. 세입예산 대비 징수실적을 나타내는 세수진도율은 2월 기준 13.5%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06년 13.5%를 기록한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다.

    세수가 전년대비 감소한 것은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이 침체하면서 관련 세수입이 모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대금은 지난해 1월 413조1000억 원에서 올해 262조8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증권거래세수 또한 지난해 1~2월 1조5000억 원에서 올해 1~2월 8000억 원으로 49%나 줄었다.

    양도소득세수도 감소해 올해 1~2월 소득세수가 24조4000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조 원 감소했다.

    만약 이같은 사태가 계속된다면 올해 세입예산과 비교해 20조 원 이상의 세수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세수펑크 사태는 2014년 10조9000억 원의 세수부족 사태 이후 처음이다.

    '세수효자'로 통하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감소가 법인세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세수감소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수조 원의 법인세를 납부하는 등 우리나라 세수를 떠받치는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 등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올해 세수는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정부가 추가적인 세부담 완화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종부세수는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인해 공시가격이 18.6% 하락하며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69조300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세감면이 예고된 것을 감안하면 세수부족 사태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운용에도 여러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정부의 세출예산은 세입예산에 맞춰 집행되는데, 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이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2013년 당시 기재부는 세수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각 부처에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라고 지시한 바 있다.

    결국 고유가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시행하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원상회복되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종부세 부담 완화도 끝이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계속해서 확대했던 근로·자녀장려금도 지급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류세 인하 조처는 수차례 인하와 연장을 반복하며 3년 동안 시행되고 있다. 휘발유 1리터(ℓ)에 대한 유류세는 820원이지만, 2021년 11월~2022년 4월30일 656원(20% 인하), 지난해 5월~6월30일 573원(30% 인하), 같은해 7~12월 516원(37% 인하), 올해 1~4월 615원(25% 인하)으로 인하해왔다. 경유(ℓ당 581원)의 경우 현재 37%가 인하된 369원의 유류세를 적용받고 있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로 교통·에너지·환경세수가 5조5000억 원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올해 유류세를 원상회복할 경우 5조 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비율로, 정부가 60~10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낮을 수록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부동산 세제 정상화의 일환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인하했다. 하지만 주택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정부는 이를 다시 80%로 상향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녀장려금의 경우 지급요건과 지급액 등을 늘려 저소득층을 보호하자는 정치권의 요구가 매년 이어지며 정부가 해마다 총소득이나 연령 등의 요건을 완화해왔다. 올해는 최대지급액이 30만 원까지 높아지며 맞벌이가구는 330만 원(기존 33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재산요건은 2억 원 미만에서 2억4000만 원 미만으로 완화됐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올해 조세지출항목 중 장려금 부문이 전년대비 1조1000억 원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귀속분(2022년 신청)에 대해선 493만 가구에 4조9382억 원을 지급했다.

    기재부는 세수부족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장려금 대상 확대보다는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조세지출 항목에 대해 평가하는 조세특례 예비타당성평가·심층평가 대상에 근로장려금을 포함시키면서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