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이우현 부회장 美국적 확인… 2018년부터 동일인 지정돼쿠팡 김범석 의장은 작년 지정 무산… 외국국적에 통상마찰 우려 이유공정위 "쿠팡은 반발·소송 가능성도… OCI는 변경 의사 표명 없어"형평성 논란 가열… 공정위 "1월에 수정 협의안 산업부에 제시"
  • ▲ 브리핑을 하고 있는 한기정 공정위원장 ⓒ공정위
    ▲ 브리핑을 하고 있는 한기정 공정위원장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화학 전문업체 OCI의 동일인(총수)인 이우현 부회장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쿠팡의 김범석 의장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인인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 등이 우려돼 신중을 기하고 있는 와중에 이 부회장의 국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5일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82개 기업집단을 공개하며 처음으로 동일인과 그 배우자, 동일인 2세에 대한 국적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총수가 있는 72개 기업집단 중 OCI만 유일하게 외국인이 동일인이었다. 배우자가 외국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7개, 동일인 2세가 외국국적 또는 이중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16개(31명)였다.

    공정위는 매년 5월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고 그 기업집단의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사익편취 규제,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규모 내부거래 등 각종 규제를 적용한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인인 이 부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쿠팡 김 의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전 시행된 실무회의에서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정위는 통상 마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와 연구용역 등을 진행해왔으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행령 개정 시기는 미정이다.

    그동안 김 의장이 국내 쿠팡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이 명백한 데도 국적 때문에 동일인 지정을 피하고 총수로서의 의무를 면제받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OCI의 동일인인 이 부회장이 미국 국적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행령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쿠팡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고,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분쟁과 관련해 OCI는 이 부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OCI는 친족이 활발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김 의장은 국내 개인회사나 친족회사가 없어서 동일인 지정에 따른 기저효과는 사실 크지 않은데다, 제도 미비로 인해서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은 통상 마찰에 문제가 있다"며 "시행령 개정 이후 쿠팡의 동일인 지정 여부를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장이 외국 국적이기 때문에 통상 마찰에 문제가 있다는 공정위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OCI의 이 부회장은 엄연히 미국 국적임에도 지난 2018년부터 동일인으로 지정돼 지금까지 동일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동일인으로 지정된 당사자 또는 해당 기업집단이 반발하는지 여부에 따라 공정위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는 얘기다.

    한 위원장은 "OCI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이 됐고, (동일인 지정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며 "(외국인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수정 협의안을 지난 1월 산업부에 제시했지만, 산업부가 여전히 통상 마찰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혀 계속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