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1.75%p… 역대 최대애매한 파월 "거의 다 왔지만 인하는 시기상조"환율·물가·경기… 한은 '고심'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 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5.25%로 올라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최대 1.75%p 벌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국내 유입된 해외 투자 자본 유출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0회 연속 금리를 끌어 올려 제로금리 시대 종식 1년 2개월 만에 금리 수준을 5%p 높여 잡았다. 이러한 금리 수준은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준은 이틀 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성명서에서 "위원회는 2% 물가 상승률로 돌아가기 위해 0.25%p 인상을 결정했다"며 사실상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이란 시그널을 내비쳤다. 

    지난 성명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수 있다'를 삭제했다. 

    대신 "추가 정책 강화가 2% 물가 회복에 적절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누적된 긴축 효과와 경제에 미치는 지연 효과를 살필 것"이라 적었다. 

    5.00~5.25% 수준에서 추가 인상을 멈춘 후 긴축 여파를 살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 9%대를 웃돌다 고강도 긴축에 힘입어 5%대까지 내려 앉았지만 연준의 정책 목표 수준(2%)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고용 시장이 여전히 뜨겁게 달궈지면서 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 위기가 잇따르고 경기 침체 우려가 뒤따르면서 긴축 속도조절에 나선 양상이다. 

    시장은 이런 문구 변화를 금리 인상이 곧 중단될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종금리 수준까지 거의 다 왔다"며 "앞으로 은행들의 대출 상황 같은 데이터를 보고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축의 끝자락에 섰다는 점을 시사하면서도 향후 데이터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얘기는 나왔지만 이번에 중단하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금리인하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빨리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FOMC의 견해"라면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예측이 대체로 옳다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주택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노동 시장 상황이 좀 더 약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미 경제 경착륙을 막기 위해 이르면 내달 금리 인상을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의 고삐를 놓지 않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향방도 한층 복잡해졌다. 

    당장 한미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져 외화 유출과 원/달러 환율 확대 등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부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월과 4월 회의서 모두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수출 감소세 속 경기부진을 고려한 결과다. 시장에선 한미 간 금리 격차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나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국내 경기 여건이 좋지 못한 데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한 후유증으로 연체율 상승,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 등이 수면 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에 진입한 점도 한은의 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