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작년 도입 '해피프라이데이' 직원들 '엄지척'휴일 적고 연차소진 힘든 반도체업계… 불황 속 휴가 적극 권장회사 '비용 줄이고 복지 확대'… 줄어든 성과보수 대신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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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 다운턴에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연차 소진 제도가 의외의 호응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최근 2주 이상의 장기휴가를 권하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나섰고 삼성전자도 노조 측에서 해피 프라이데이 도입을 주장하며 새로운 복지로 '쉼'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깊어지는 반도체 불황과 맞물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원들의 근무시간 조정이나 연차 소진, 장기 휴가 권장과 같은 업무 환경 혁신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 모두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요 부진으로 감산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업무 문화를 선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모습이다.

    우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회사 출범 10주년을 맞아 도입한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직원들의 호평을 받으며 만 1년째 이어오고 있다. 매월 1회 금요일엔 근무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해 운영하는 차원이다. 물론 이 제도를 적용받으려면 2주 간 80시간 이상 근무를 했어야 한다.

    지난 1년 간 이 제도를 활용한 SK하이닉스 직원들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사내 복지제도 중 가장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른바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들이 해피 프라이데이에 높은 만족감을 표했고 아이가 있는 직원들도 이 제도가 가장 유용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회사 직원들이 이처럼 휴일을 적극 권장하는 제도에 높은 호응을 나타내는데는 상대적으로 높은 업무 강도가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분야는 업종 특성 상 생산라인이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돌아가야 하고 이를 관리하는 인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해 일부 백오피스(back office) 업무를 제외하곤 야근이나 당직, 휴일근무 등이 불가피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호황이던 지난 몇 년간은 직원들이 야근과 특근까지 불사해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주문은 밀려드는데 '반도체 인력은 항상 부족하다'는 말이 당연할 정도로 바쁘게 일을 하다보니 금요일 휴가는 물론이고 연차 소진 자체가 눈치보인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도체업계 한 직원은 "사실 연차 소진을 연초부터 포기할정도로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휴가 가기가 눈치보였던게 현실인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대부분 직원들이 쉴 수 있는 휴일 제도를 만든게 가장 좋았다"며 "주변에서도 가장 만족도 높은 제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복지 차원으로 시작했던 휴일 권고 제도를 올해부턴 반도체 다운턴과 맞물려 비용 효율화 방법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선 업황 불황이 깊어지고 실적 악화로까지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휴일을 늘리고 근무시간을 유연화하는 것이 회사 차원에서도 비용을 줄이고 복지를 강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 방법이 됐다.

    SK하이닉스는 해피 프라이데이에 대한 직원들의 호평을 감안해 최근엔 2주 이상의 장기휴가를 권장하고 연차 소진에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휴가 사용을 늘리고 있다. 이번에 도입된 '휴가 사용 리워드' 제도는 연차의 80% 이상을 사용하면 일정 금액을 회사 복지 포인트로 되돌려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삼성전자에서도 올해 임금교섭에서 신규 복지제도로 '휴일 확대'가 언급된다. 사측에서 먼저 월 1회 해피 프라이데이를 갖는 방안을 제시해 하반기부터는 삼성에서도 이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반도체업계인 SK하이닉스가 이 제도를 앞세워 인재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휴일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제도 시행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휴일을 늘려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올해는 반도체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 탓에 성과 보수를 제대로 줄 수 없어 이 같은 복지제도 확대에 힘을 쏟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는 이미 지난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과 SK하이닉스가 나란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고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며 우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임금인상률도 한자릿수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데다 예년 같은 기본급의 몇 배 이상 성과급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결국 올해는 반도체 기업들이 금전적 보상 대신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엔 점차 업황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지만 길어지는 다운턴을 계기로 완전히 반도체업계를 떠나겠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