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홍순직·김태환 사외이사 사임김 이사, 한 달 만에 퇴임 ’최단 기록‘경영불안 초래…사추위 유명무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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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오션 사외이사의 중도 사임이 계속되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검증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지난 9일 김태환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임기만료 전 중도 퇴임 및 자진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김태환 이사는 올 3월 29일 팬오션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돼 영업일 기준으로 단 30일 만에 사외이사직을 내려놨다.

    팬오션은 오는 6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영모 전 한국산업은행 부행장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태환 이사는 전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로, 떠난 금융맨의 자리를 새로운 금융맨이 대신하게 된 셈이다.

    팬오션 사외이사 중도 퇴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김태환 이사를 포함해 4인의 사외이사가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않고 하차한 것으로 조사됐다. 팬오션의 사외이사 임기는 3년이다.

    우선 2018년 3월에는 신정식 사외이사가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사임했다. 신정식 이사 역시 퇴임 이유는 일신상의 이유로만 알려졌다. 신정식 이사가 떠난 빈자리는 오금석 사외이사가 새로 선임돼 곧바로 채워졌다.

    2022년 11월에는 장지영 사외이사가 중도 사임했다. 장지영 이사는 그해 3월 팬오션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돼 8개월 만에 이사직을 내려놨다. 장지영 이사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지정 외부감사인 삼정회계법인(삼성KPMG) 재직 경력이 있어 상법 제542조의8(사외이사의 선임)항에 따라 자진 사임했다.

    올 3월에는 지난해 3월 신규 사외이사에 선임된 홍순직 이사가 임기 1년 만에 퇴임했다. 2021~2022년 전주대학교 총장을 지낸 홍순직 이사는 김홍국 하림 회장과 기독교 인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회장과 홍 이사는 기독교계의 학교법인 신동아학원의 이사로도 함께 활동하는 등 돈독한 관계다.

    특히 홍순직 이사는 과거 비위행위에 연루된 의혹이 있어 팬오션 사외이사 선임 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홍 이사는 전주비전대 총장을 지낸 당시 신동아학원으로부터 특별상여금을 부당지급 받고 법인카드 대금을 정산절차 없이 사용하다 교육부에 적발됐다. 2021년 8월 전주대 총장에 취임한 지 5개월 만인 2022년 1월 사퇴를 결심한 배경도 전주대 교직원 및 교수들의 퇴진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팬오션은 올 들어서만 홍순직, 김태환 2인의 사외이사가 중도 하차한 상황이 됐다. 홍순직 이사의 빈자리를 채웠던 김태환 이사는 한 달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며 팬오션에서는 최단기 사외이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기업의 잦은 사외이사 교체는 전문성 축적을 저해하고, 신규선임 부담을 키우므로 기업경영의 불안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팬오션은 더욱이 회사에 대한 독립성 여부, 기업에 맞는 자질·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회를 두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모습이다.

    아울러 사외이사 임기 중 잦은 경질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대주주나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그쳐 당초 사외이사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명분은 ‘일산상의 이유’지만 실상은 독립성 방해, 대주주와의 이해관계 상충 등 이유로 사외이사직을 내려놓는 일이 허다하다는 얘기다.

    한국ESG연구원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정해진 임기가 있음에도 이탈을 한다는 것은 경영 결정에 대한 독립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양심에 따라 중도 사임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또는 회사가 특정 안건 통과를 위해 단기로 고용해 안건을 통과시키고 사임하는 ‘기획 사외이사’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팬오션 측은 “최근 사외이사의 중도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일신상의 이유로만 알고 있다”며 “(잦은 사외이사 교체에 대해서는)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