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 12곳 중 9곳 수장 文정부 때 임명전체 공공기관장 중 70%가 文정부 때 임명장 받아박일준 산업2차관 경질… 내달 경평결과 따라 줄사퇴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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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된 가운데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탈(脫)원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 사장을 비롯해 전임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한 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2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8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된 전기요금 적용시점은 16일부터다.2분기 전기요금은 4~6월 적용되기 때문에, 지난 3월 말쯤 이미 결론을 냈어야 했다. 하지만 여당은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한전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한전은 지난 12일 오는 2026년까지 25조7000억 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정 사장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지난 2021년 6월 한전 사장으로 임명돼 내년 5월에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던 정 사장이 사퇴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연료비가 급등하며 2021년 5조8600억 원, 지난해 32조6000억 원, 올해 1분기 6조1776억 원의 적자를 냈다.가격이 저렴한 원자력발전 대신 값 비싼 발전원인 친환경 에너지를 고집하면서 전기생산 원가는 상승했지만, 전기 판매가격은 인상하지 않은 것이 고스란히 한전의 적자로 남게 된 것이다. 이 사태 중심에는 정 사장이 있었다.정 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출석해 "지난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지만, 단 한 번만 승인받았다"고 밝히는 등 소신발언을 했다고 평가받으면서 산업부로부터 임기보장을 확인받았었다.그러나 에너지 업계의 평가는 달랐다. 26년간 지식경제부와 산업부에서 근무한 에너지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 사장이 충분히 탈원전의 후폭풍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요금인상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는 말 한마디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 사장은 거세지는 책임론에 압박을 느껴 사퇴를 선택했다.
여기에 박일준 전 산업부 2차관이 지난 10일 사실상 경질되면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다른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도 좌불안석인 처지다. 박 전 차관은 탈원전 정책 폐기에 속도를 내라는 대통령실의 주문을 듣지 않은 것으로 젼해졌다. -
에너지 공기업은 한전(정승일 사장)을 비롯해 △한국가스공사(최연혜 사장·임기 2022.12~2025.12) △한국지역난방공사(정용기 사장·2022.11~2025.11) △한국수력원자력(황주호 사장·2022.8~2025.8) △남동발전(김회천 사장·2021.4~2024.4) △남부발전(이승우 사장·2021.4~2024.4) △동서발전(김영문 사장·2021.4~2024.4) △서부발전(박형덕 사장·2021.4~2024.4) △중부발전(김호빈 사장·2021.4~2024.4) △한국석유공사(김동섭 사장·2021.6~2024.6) △대한석탄공사(원경환 사장) △한국광해광업공단(황규연 사장·2021.9~2024.9) 등 12곳이다. 이 중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이 있는 공기업은 가스공사와 한난, 한수원을 제외하고 9곳이나 된다.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공시 임원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장을 받은 공공기관장들의 자리 유지는 더욱 심각하다.공기업 32개·준정부기관 55개·기타 공공기관 260개 등 총 347개 기관(4월30일 기준) 중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은 245명(전체의 70.6%),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은 75명(21.6%)이었다. 공석은 27명이다.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다고 해서 특별한 사유도 없이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을 무조건 교체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정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정부 발목잡기'라는 지적도 만만찮은 상황이다.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던 김현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나희승 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김경욱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이 방만경영, 안전사고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도 이전 정부 인사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일각에선 다음 달 나오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에 따라 소위 알박기 공공기관장들의 줄사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공공기관 기관장들을 획일적으로 나눠 그만두라고 할 순 없지만,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탈원전의 문제점을 절실하게 느껴야 할 공기업이 탈원전에 앞장섰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어떻게 하기 보다 기관장들 스스로 처신을 잘해줘야 한다. 에너지 공기업의 기관장들은 대부분 에너지 전문가들로, 본인들의 양심과 자존심을 버렸던 사람들"이라며 "그에 대한 책임은 본인들이 스스로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