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소재 토지와 건물 530억원에 양도키로“신규 사업 재원 확보 재무구조 개선 차원”허 회장 대주주인 유일 상장사… 승계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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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진디스플레이가 유휴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허진규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승계를 끝낸 허 회장이 일진디스플레이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진디스플레이는 평택 소재 토지와 건물을 전자집적회로 제조업체 엘비루셈에 양도키로 했다. 양도금액은 530억원으로 일진디스플레이 자산 총액의 45.18% 수준이다.

    해당 토지와 건물은 유휴자산으로 현재 영위하는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서 일진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초부터 터치사업부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평택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원가 경쟁력이 높은 베트남 공장의 생산량을 높이는 등 행보를 이어왔다. 

    일진디스플레이는 “해외생산 이전으로 발생한 유휴자산 일부를 매각해 신규 사업 재원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양도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작년 8월 일진디스플레이는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사모펀드와 중견기업 등 잠재 인수 후보 기업들에게 매수 의향을 타진한 바 있다. 매각 대상은 허진규 회장과 특수관계인, 계열사가 보유 중인 일진디스플레이 지분 43.19%로, 매각가는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3개월여만에 매각을 중단했다. 업황 침체로 적자가 계속 이어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해 매수를 원하는 기업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회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해 왔지만 대주주 지분매각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진디스플레이는 확보한 현금유동성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3년간의 적자 고리를 끊어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수년간 순손실이 지속되며 재무상태가 모두 악화했기 때문이다. 

    1분기 말 기준 일진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309.6%다. 작년말 305.5%와 비교하면 4.1%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2021년 말 995.1%와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지만 안정적 수준이라 보긴 어렵다. 통상 시장에서는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면 재무 안정성이 흔들린다고 보고 있다. 1분기 말 순차입금 비율도 200.5%로 작년 말 172.8%에서 27.7%포인트 확대됐다. 양도 자금이 오롯이 유입되는 경우 자본총계가 늘며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무건전성 제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승계 끝난 일진그룹 내 허 회장이 유일하게 대주주로 남아있는 상장사다. 허진규 회장이 일진디스플레이 24.63% 지분을 보유해 직접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차남인 허재명 전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사장 14.64%, 일진반도체 3.09%, 차녀 허승은씨 0.82% 순으로 주식을 보유 중이다. 

    1940년생인 허 회장은 장남인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과 차남인 허재명 의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마친 상태다. 현재 허정석 부회장은 일진홀딩스를 중심으로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등을 중심으로 마곡에 새둥지를 틀고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차남 허재명 전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은 올해 3월 롯데그룹에 2조7000억원을 받고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이후 최근 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독자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작년 말부터 일진그룹 내 허진규 회장의 직속기구도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일진머티리얼즈 매각과 일진홀딩스의 마곡 이전 등에 따라 그룹 본사가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허 회장이 일진디스플레이를 정상화한 뒤 매각하는 게 최선책 일 것”이라면서 “작년에 연간 영업익 흑자를 전환하고 재무 지표도 개선되는 등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만큼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 매각작업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