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 심각, 1~5월 -36조원… 경기 부양 재원 태부족政 "경기 본격회복 내년"… 하반기 세수 법인세 중간예납·부가세 정도野 '재정역할' 강조하며 35조원 추경 주장… 政 "빚내선 안돼"
  • ▲ 부산항 ⓒ연합스
    ▲ 부산항 ⓒ연합스
    정부가 지난 4일 하반기에 물가안정과 경기 부양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40조 원쯤의 세수펑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 부양이 가파르게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부로선 하반기 물가가 하향안정화할 것으로 보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수출과 내수활성화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다. 걸림돌은 '세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걷힌 국세수입은 160조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6조4000억 원 감소했다. 법인세 펑크가 17조3000억 원으로 가장 컸다. 법인세수 부진은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짜 놓은 지출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해야만 서민 생계 안정과 물가 안정, 경기 부양 등이 가능하지만, 쓸 돈이 없어지면서 정부의 재정집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중에선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세수부족 상황을 타개할 특단의 대책을 포함할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세수재추계와 세계잉여금·기금 여유재원 사용, 공공기관 투자 조기집행 등의 다소 김 빠진(?) 대책만 나왔다.

    이에 일각에선 야당의 35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은 경기가 어려울 때는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정 투입이 얼마나 큰 경기 부양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고민도 깊다.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식 확장 재정과 중독 수준의 추경 편성을 비판했던 윤석열 정부로선 나랏빚이 10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로 빚을 내는 추경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세수펑크 상황을 그대로 둔 채 현금을 뿌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수펑크 상황이지만 건전재정 원칙에 따라 정공법을 따르겠다는 의미다.
  •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추경은 하지 않을 것이다. 빚을 자꾸 내기 시작하면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하지만, 정부는 기금 등 여유 재원, 세계잉여금을 활용해 애초 민생이나 나라를 위해 약속한 국정과제에 관한 지출은 차질없게 이뤄지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경에 선을 긋는 이유 중 하나는 경기가 '상저하고(上底下高)' 전망대로 흘러가면 세입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소비가 늘어나면 부가가치세 수입이 늘어나고, 반도체 경기가 나아지면 수출 여건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6월 무역수지는 15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도 경기 반등의 신호로 여겨진다. 정부는 그동안 무역수지가 먼저 개선되고 수출이 증가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해왔다.

    관건은 경기 회복 시점이다. 7~8월부터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정부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다만 국내외 기관들은 세계 경제성장률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애초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6%에서 1.5%, 국제통화기금(IMF)는 1.7%에서 1.5%, 한국은행은 1.6%에서 1.4%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정부도 이번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내리면서 "하반기에 다소 개선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하반기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진단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 연말 세수결손 사태를 피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감액 추경이 불가피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만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게 보고 있는데, 정부도 하반기에는 경기가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 세수는 법인세 중간예납과 부가세 정도가 남았는데, 경기가 반등한다고 해서 세수가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세수 환경이 좋지 않다고 해서, 국가부채가 과도한 마당에 빚을 더 내는 추경을 하기는 부담스럽다"며 "지금은 추경을 말하기에는 이르고, 연말쯤 가면 감액추경을 통해 지출을 조정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