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석유기업 베단타와 합작 결렬보조금 지급 지연 등 인도 정부 비협조적 태도 문제 거론美 등에 업고 마이크론 투자 순항중이지만… 추가 기업 유치 안갯 속'고부가 제품' 중심 삼성전자·SK하이닉스… 韓·美 지역 외 관심 없어
  • ▲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6월 22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6월 22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이 인도에 세우기로 했던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접었다. 미국이 중국 대신 인도를 세계의 반도체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인도도 적극적으로 반도체 기업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투자 주체인 반도체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다.

    11일 반도체업계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의 위탁생산업체로 유명한 대만의 폭스콘은 인도 석유 기업인 베단타와 진행키로 했던 반도체 공장 합작 투자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폭스콘은 공식 성명을 통해 "베단타와 합작으로 진행하는 투자를 철회한다"며 "이번 결정은 상호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폭스콘은 지난해 9월 베단타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도 구자라트주에 1억 1870만 달러(약 142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폭스콘 측은 이번 투자를 철회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인도 정부가 이번 투자에 따라 지급키로 한 인센티브 승인을 지연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가 문제가 됐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유럽 종합반도체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이번 합작 사업에 참여시키려고 했다가 불발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과 베단타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인도 정부가 이 사업자도 직접 투자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견 차이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베단타는 이번에 폭스콘과의 합작 투자에는 실패했지만 향후 다른 파트너사를 물색해 인도 내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겠다며 의지를 나타낸 상태다. 폭스콘도 최근 고객사인 애플이 중국에서 벗어나 공급망 다각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중국을 잇는 차세대 제조국인 인도 투자를 강력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불발에 그쳤다.

    인도에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모디 총리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폭스콘과 베단타가 신설하려 했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구자라트주는 모디 총리가 총리에 오르기 전까지 주 총리를 지낸 지역이기도 하다. 인도 정부는 이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학과 가스, 소재 등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폭스콘에 앞서 인도에 반도체 공장 신설 계획을 밝힌 미국 마이크론은 다음달 착공을 시작한다. 폭스콘과 마찬가지로 구자라트주에 총 27억 50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를 투입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완공은 18개월 뒤인 내년 말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크론 신공장 건설에는 인도 중앙정부와 구자라트주가 설립 비용의 70%를 지원해 인도 내 첫 반도체 공장 설립이라는 역사를 새로 쓰는데 적극 나섰다.

    하지만 폭스콘이 현지 기업과 추진하던 반도체 공장 건설이 무산되면서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인도 투자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수준의 낮은 인건비와 넓은 부지 등을 갖췄고 인도 정부의 지원 의지도 강력하지만 반도체 제조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고숙련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고부가 제품 생산에 중점을 둔 기업들은 인도에 제조공장을 두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두 기업 모두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하고 나서면서 향후 중국에 두고 있는 생산 공장에 추가 투자가 불가능할 수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해외 공장 대신 국내 생산기지를 확대하거나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 외에 대체 생산지를 찾지는 않는 분위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선단공정 제품이 주를 이루는 삼성과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곳에서의 생산에서 얻을 수 있는게 크지 않다"며 "이유는 다르지만 미국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에도 일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 인도나 동남아 같은 곳은 반도체 제조 기지로 역량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반도체 수요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이 미래 반도체 시장을 이끌 강력한 수요처로 대두되면서 삼성과 SK는 보다 더 고성능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비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두 회사 모두 기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예년 대비 절반 수준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 제품으로 꼽히는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라인은 기존 2배 이상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