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격화에 중국 장기 침체 우려 확산증권가, '넥스트 차이나' 찾기 분주증시 강세인 베트남·인도…관련 투자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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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거품 붕괴와 함께 장기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시장은 중국을 대체할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 가운데 베트남과 인도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4일부터 비구이위안의 11개 위안화 채권 약 56억위안(약 1조원) 어치의 거래가 중단된다. 올 초 80~90센트였던 비구이위안 채권값은 지난 11일 8센트 아래로 떨어지며 10분의 1 토막난 상태다. 채권시장의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한 긴급 조치에 나선 것으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깊어지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경고음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데다 내수 부진까지 더해 수입 감소 폭은 더 가파른 모습이다.
지난 8일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7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5% 감소하며 월간 수출 증가율로는 2020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 정도가 코로나19 발생 초기 수준에 맞먹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7월 수출 전망치(-12.5%)도 하회한다.
7월 수입 증가율은 전망치(-5.0%)에도 한참 하회하는 -12.4%로 집계됐다. 중국의 월간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10월(-0.7%) 이후 줄곧 마이너스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유입된 외국인 순투자액이 410억달러로 후강통(홍콩 증권거래소와 상하이 증권거래소 간 교차매매 제도)을 통한 중국 본토 순투자액(330억달러)을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본토보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은 6년 만이다. 2021~2022년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에 428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아시아 신흥국에서 766억달러를 빼냈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부진은 주택경기침체, 고용충격의 영향이 큰 상황으로 리오프닝 이후 경기 소비재 회복은 미진했으며 부동산 경기는 장기 불황의 터널 속에 갇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중국 증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아시아 주식시장 가운데 베트남과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이달 베트남 주식시장은 VN지수 기준 1.6% 상승하며 지난 8일에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 대부분이 하락세인 가운데 돋보인다. 특히 VN지수는 올해 전체로 봐도 23% 상승했을 정도로 강세가 지속됐다. 반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증시 대표지수는 올해 초와 큰 차이가 없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목표치(6.5%)를 하회한 3.3%에 그치자 베트남 정부가 정책금리 인하, 부가가치세율 인하 등 경기지원 정책을 시행하며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게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인도 주식시장은 인도 증시의 우량주를 묶은 니프니(NIFTY)50지수 기준으로 연초 대비 7.6% 상승했다. 지난달 20일엔 대표지수인 센섹스(SENSEX)와 니프티50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니프티5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3개월 전과 비교해 4% 상향조정됐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따라 인도가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2분기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은 인도 증시에서 150억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중국 대신 베트남과 인도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KOSEF 인도니프티50'의 지난 11일 기준 순자산총액은 1917억원으로, 연초(620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었다. 'TIGER 인도니프티50'(합성) ETF의 순자산총액도 지난 11일 기준 1014억원으로 지난 4월 상장일 이후 57% 넘게 증가했다.
'ACE 베트남VN30' 순자산총액은 지난 11일 기준 2580억원으로, 연초(1375억원) 대비 88% 급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베트남 주식 직접 투자도 두드러진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베트남 주식을 910만5000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한 달간 순매수 금액인 212만6000달러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은 거시 환경 및 실적 개선 속도에 따라 차별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 전환 및 경기 반등 기대가 높은 베트남과 인도의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 대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