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 롯바의 명과 암②] BMS 공장 매출 유효기간 3년…수주계약 시급글로벌 영업 전문가 부재…새 부문장 적합성 의문수주압박에 저가공세 등 우려…후발주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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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롯데가 바이오산업 진출을 위해 롯데지주 산하 자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킨지 1년이 지났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등 굵직한 글로벌 행사에 참가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존재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주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인력유출 등을 놓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 뉴데일리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현재의 과제들을 짚어봤다.'수주계약 0건'롯데바이오로직스의 1년 성적표는 아직 '제로(0)'에 머물러 있다.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이하 시러큐스 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200억 원)에 인수했다.시러큐스 공장은 3만5000리터 규모 수준으로 작은 편이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공장 인력 90% 이상을 승계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험과 인력을 한번에 확보하게 됐다. 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BMS와 협의해 2억2000만 달러(약 2822억 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을 3년 간 생산하기로 했다.덕분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아직까지 수주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는데도 올해 1분기 매출 207억 원, 순이익 320억 원을 기록했다.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성과라기보다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 때문으로 분석된다. 염가매수차익은 기업이나 공장을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할 때 발생하는 이익을 뜻한다.염가매수차익이 사라지는 2분기부터는 시러큐스 공장의 CDMO(위탁개발생산) 관련 매출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시러큐스 공장의 CDMO 관련 매출의 유효 기간은 추가 계약이 없는 한 3년이다. 이 기간 안에 글로벌 빅파마와의 수주계약이 있어야만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목표로 하는 2030년까지 연간 매출 1조5000억 원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다.업계 관계자는 "BMS 매출이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돌리고 있는 CMO(위탁생산) 사업은 수주가 안 되면 인건비, 재료비 등의 지출이 지속돼 사실상 공장을 돌릴수록 마이너스 구조가 된다"며 "생산물량이 떨어지기 전에 수주가 시급한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CDMO 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글로벌 행사에 발벗고 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대표는 JP모건 등의 굵직한 행사에 연이어 참석하고 있다.다만 현재까지의 행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얼마 전 열린 바이오USA에서 규모가 작은 바이오텍들과 접촉을 많이 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며 "당장 수주계약이 급하니 규모와 상관없이 파트너사 물색에 나선 게 아니겠느냐"고 전했다.글로벌 영업 전문가의 부재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영업 부문 조직을 올해 처음으로 설립하고 Global BD(Business Development) 부문장에 차바이오텍 출신 김경은 부사장을 앉혔다.하지만 김 부사장이 글로벌 영업 총괄로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 부사장은 차바이오텍에서 연구개발을 총괄해 왔다.김 부사장은 미시간주립대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종근당 바이오개발담당 이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아스트라제네카 합작사인 '아키젠 바이오텍' 상무, 차바이오랩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분야 글로벌 영업은 단순히 바이오 전문가를 넘어 글로벌 빅파마들과 디테일한 스킨십에 노하우를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며 "연구개발 전문가로서 글로벌 영업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처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수주계약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저가공세 등의 전략을 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이렇게 되면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같은 후발 CDMO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가공세 전략을 펴게 되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영향이 없겠지만 후발주자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당장의 성과보다는 K바이오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큰 크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