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 롯바의 명과 암①] 삼성바이오,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신청롯바, 삼바 250미터 옆에 메가플랜트 조성업계 "기술유출 갈등 계속될 것…상도에도 어긋나"
  • ▲ 롯데바이오로직스 신규 공장 조감도(사진 오른쪽), 왼쪽은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이들간 거리는 250여 미터에 불과하다. ⓒ뉴데일리DB
    ▲ 롯데바이오로직스 신규 공장 조감도(사진 오른쪽), 왼쪽은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이들간 거리는 250여 미터에 불과하다. ⓒ뉴데일리DB
    [편집자주] 롯데가 바이오산업 진출을 위해 롯데지주 산하 자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킨지 1년이 지났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등 굵직한 글로벌 행사에 참가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존재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주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인력유출 등을 놓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 뉴데일리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현재의 과제들을 짚어봤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력빼가기 논란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바로 옆에 둥지를 틀면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할 모양새다. 

    업계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사실상 벤치마킹해 출범한 특성상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과 '상도(商道)'에 어긋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이어왔다. 이직한 직원 3명을 대상으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작년 7월 일부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후 이직한 직원 4명을 형사고발해 지난 3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1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개인이 아닌 기업을 상대로 다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인력유출과 영업비밀침해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유인활동을 중지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3건이나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타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적이 없으며 인력 역시 공정하게 채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입지부터 사업전략 등 많은 부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벤치마킹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육성해 온 인력도 무리하게 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사업 추진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면서 유출 정황이 있는 핵심 정보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인력을 빼간다는 논란에도 공개된 투자 계획이 없다"며 "논란을 겪으면서도 인력을 유치할 정도의 사업계획이 있는 것인지, 현재 사업규모와 향후 파트너사와의 투자 계획 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이런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물리적인 거리가 더 가까워지며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출범 1주년과 함께 국내 메가플랜트 설립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30억 달러(3조 7764억원)를 투자해 3개의 메가플랜트, 총 36만리터 항체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해당 부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과 불과 250여 미터 떨어진 거리라는 점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부지는 송도 11-1공구에 해당한다. 송도 11공구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이 들어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경쟁사로 이직해 법적대응까지 불사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직원들과 출퇴근길에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규모 공장이 함께 건설되면서 해당 일대의 혼잡도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럴경우 불필요하게 지체되는 시간이 길어져 양사 모두 피해가 될 수 밖에 없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고 부지를 선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바로 근처에 공장을 건설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원가가 낮아질 듯하다"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송도 외에 타 지역도 검토한 것으로 아는데 이런 이유가 최종 선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인력유출 갈등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롯데그룹이 바이오플랜트 건설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외부의 도움도 있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반도체공장 설립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결국 바이오플랜트 조성에 경험있는 인력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메가플랜트 조성은 롯데건설이 맡을 것이 유력하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인력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쟁사 이직에서 발생하는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화된 제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