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철근 누락 아파트' 시공사 하도급법 위반 혐의 조사LH도 자구책 고민… 외부기관 위탁 방안 검토부실시공 지적 15개 아파트 단지서 임대주택 계약해지 12건 발생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부실 시공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공사들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조사에 나선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LH가 부실시공을 지적한 15개 아파트 단지 시공사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로 하고 사전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발주처로부터 추가 공사비를 받고도 하도급 업체에는 주지 않아 부실 설계·시공을 초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앞서 부실 공사를 유발하는 설계·감리 담합, 부당 하도급 거래 등을 직권 조사하기로 했는데, 첫 번째 타깃으로 철근 누락이 확인된 아파트 단지 시공사들로 정했다.

    공정위는 공사대금 미지급, 법정 지급기일을 초과한 지연 지급, 부당 감액, 부당한 비용 전가 등 다양한 유형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 여부를 폭넓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철근 누락 15개 단지 중 임대단지는 10곳, 분양단지는 5곳이다.

    LH가 공개한 15개 철근 누락 단지 시공사 명단을 보면 대보건설, 대림(DL)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한신건설, 양우종합건설, 효성중공업, 대우산업개발 등 인지도 있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설계·감리를 비롯한 건설 전 과정에서 이뤄지는 담합에 대한 조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LH의 조사 의뢰, 입찰 담합 징후 분석시스템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직권조사 대상을 정한다.

    LH도 자구책을 고민하고 있다. 아파트를 포함한 공사의 발주 관련 평가와 심사에서 아예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LH 고위 관계자는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관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발주 공사의 심사 등을 아예 외부에 맡기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현재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자체를 운영하지 않고, 관련 업무를 별도의 기관에 넘기겠다는 의미다.

    전관 특혜 커넥션 차단을 위해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에 LH 퇴직자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개선책이 나온 상황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LH가 심사와 평가에 관여할 경우 관련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아예 빠지겠다는 것이다.

    LH가 발주하는 사업은 종류나 방식에 상관없이 외부 인사로만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런 방식에도 퇴직자들이 심사위원단과 접촉하는 등 평가 및 심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의 지난해 6월 감사 결과에 따르면 LH와 LH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업체가 체결한 계약 총 332건 가운데 모두 58건에서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서 전화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근 누락 이후 해당 아파트 계약 해지도 이어졌다. LH 15개 아파트 단지에 철근 누락이 있었다는 사실이 발표된 지난달 30일 이후 이달 2일까지 나흘간 15개 단지에서 12건의 계약 해지 신청이 있었다. 해지 신청이 접수된 곳은 모두 임대주택이다. 입주 예정자의 신청이 8건, 현재 거주 중인 입주자의 신청은 4건이다.

    다만 계약 해지 사유가 철근 누락 때문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