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회복 요원… 업황 악화 속 감산 규모 확대2위 키옥시아 신공장 내년으로… 올 적자만 5조5천억 '자본잠식' 위험AI 수혜 D램 사업 병행 삼성·SK보다 생존 어려워… WD 합병 추진 등 업계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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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업황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낸드 플래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가 올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까지 강력한 감산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장 2위인 일본 키옥시아가 실적 악화로 신음하며 신공장 가동 계획도 미루고 위기에 빠졌다. 인공지능(AI) 수요로 호황이 예고되는 D램 사업을 병행하는 삼성, SK하이닉스 등은 낸드업황 악화를 견뎌낼 여력이 충분해지면서 키옥시아 같은 기업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7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낸드 시장 2위 일본 키옥시아는 일본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에 건설 중인 신공장 가동 시기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 당초 이 공장은 올해 중반에는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시장에 낸드 공급이 넘치고 공장 장비 납품이 늦어지는 등 설비투자에도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키옥시아는 이 신공장에만 1조 엔(약 9조 2000억 원)을 투입해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 2022년 3월 착공 때만 해도 메모리 업황이 좋은 상황이었고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도 앞다퉈 투자에 열을 올리던 시점이라 키옥시아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고꾸라지면서 본격적인 다운턴이 시작됐다. 이어 제조사들이 잇따라 감산을 선언하며 몸을 낮추기 시작했고 키옥시아도 지난해 10월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20% 넘게 줄이면서 감산을 이어갔다.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D램을 중심으로 감산이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낸드를 중심으로 감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낸드 1위 삼성은 지난달 말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올 하반기 감산은 낸드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고 4위 SK하이닉스도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재고 수준이 높은 낸드를 5~10% 추가 감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미 키옥시아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분기 키옥시아는 영업적자 1714억 엔(약 1조 6000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 2분기에는 2000억 엔 가까운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감산이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엔 적자 규모가 3500억 엔 수준으로 확대될 우려도 크다. 특히나 낸드만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린 키옥시아가 받는 타격이 큰 모양새다.이미 올해만 7000억 엔이 넘는 적자가 예고된 상황에서 내년까지 낸드업황 악화가 이어지면 키옥시아가 재무적으로도 버틸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말 키옥시아의 자기자본 규모가 7000억 엔 수준인데 1년 만에 이 수준만큼 적자가 쌓이면서 내년 이후엔 사실상 자본잠식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낸드 시장이 이렇게 악화되기 전부터 키옥시아가 업계 3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게 문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뜩이나 실적까지 악화된 상황에선 합병이나 기업공개(IPO) 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게다가 경쟁사인 삼성과 SK하이닉스가 AI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D램 사업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발적인 성장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라 키옥시아가 설 자리를 더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SK도 낸드시장 악화로 똑같이 매 분기 수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비중이 더 높은 D램 사업이 실적 회복에 성공하게 되면 그만큼 낸드 적자를 감내할 여력이 커진다.실제로 이 같은 계산을 바탕으로 삼성과 SK가 낸드 분야에서 강도높은 감산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D램 사업이 턴어라운드하고 성장가도를 밟게 되면 낸드사업에선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버티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낸드 시장 불황이 회복되지 못하면 낸드업계 순위가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는 치킨게임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낸드시장도 이번 다운턴을 잘 극복하고 나면 D램과 같은 AI 수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위기상황을 잘 버텨야 하는 것이 기업들에겐 관건"이라며 "위태로운 키옥시아를 중심으로 낸드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지만 업계 빅4 중 어느 한 곳이 도태되는 상황도 전체 낸드시장에선 좋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어 치킨게임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