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10개단지 무더기 누락…관주도 점검신뢰성 '뚝'원 "LH 존립근거 있나" 격노…민간조사 시작부터 흔들샘플기둥 10~15개만 검증…국토부 조급함에 '제발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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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두달내 완료를 장담했던 무량판구조 민간아파트 전수조사가 '첫 스텝'부터 꼬이기 시작했다.설계도면상 가장 취약할 것으로 분석되는 기둥을 대상으로 샘플군 약 10~15개 기둥을 꼽아 검사하는 것을 두고 애초 '수박 겉핥기식 검증'이란 지적이 확산중인 가운데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점검에서 누락된 단지 10곳이 추가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불똥이 국토부로 튀는 분위기다.업계에선 LH의 잇단 '헛발질'로 정부 점검에 대한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자칫 민간조사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당장 이번주부터 전국 무량판구조 민간아파트 293개단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돌입했지만 목표로 제시한 '9월말 종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부정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일례로 지난 5월부터 전국 91개단지를 대상으로 시작한 LH 전수조사는 3개월뒤인 7월말께야 완료됐다. 현재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종료시점까지 남은 기간은 50여일에 불과하다.국토부가 '겉핥기식 조사' '형식적 점검' '반쪽짜리 검열'이란 비판에도 기둥샘플군 방식을 고수한 이유도 300개단지에 육박하는 곳을 전수조사하기엔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특히 이번 조사는 단지 주거동까지 대상에 포함돼 국토부로서는 '시간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하지만 LH가 무량판구조 아파트 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한지 열흘만에 한두곳도 아닌 10개단지가 무더기로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정부조사가 허술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안전진단업계 한 관계자는 "관건은 입주민 동의를 빠르게 얻어 주거공간 점검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인데 이미 정부조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LH 아파트 누락건은 민간아파트 전수조사와 별개영역이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이번 민간 전수조사 대상 293개단지중 105개단지가 주거동에도 무량판공법이 적용됐고 이중 절반이 넘는 59개단지는 입주가 완료됐다. 정부 계획대로 조사과정에서 주거동까지 점검하려면 입주민동의가 필요하지만 난항이 예상된다.철근이 빠진 '부실아파트' 낙인을 우려한 입주민들이 조사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입주민이 거부할 경우 조사를 강행할 법적명분은 없다.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등에선 LH 누락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국토부라고 LH와 다를 게 뭐 있겠나', '국토부한테 조사를 맡겨도 되는거냐' 등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이제 막 전수조사에 돌입한 시점인 만큼 국토부 내부에서도 "LH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국토부 한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정부부처끼리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데 시작부터 꼬여버린 느낌"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LH 조사누락건을 보고받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작업 현황파악조차 되지 않는 LH가 존립할 근거가 있느냐"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민간아파트 전수조사를 향한 부실논란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현재 국토부는 시공중 단지 경우 현장별로 이미 지정된 안전진단전문기관을 통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준공단지는 시설안전협회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하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전체 기둥이 아닌 10여개 기둥만 추려 확인하는 '샘플조사' 방식을 선택한 탓에 부실점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말그대로 몇개기둥을 랜덤으로 찍어 검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기둥을 무슨 조건으로 검사하는 것인지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초에 국토부가 조사기간을 넉넉하게 잡았으면 될일인데 조급함 탓에 제 발등을 찍은 것"이라고 덧붙였다.국토부 관계자는 "전문인력을 집중투입하고 필수 점검대상 등을 중심으로 점검을 앞당겨 점검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