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성인지 대상사업·성과목표·배정예산 모두 '1위'…실적 저조"성인지 무관 사업에 7300억원 투입"예정처 "취지 맞게 사업 선정 제대로" 지적
  • ▲ 고용노동부.ⓒ뉴데일리DB
    ▲ 고용노동부.ⓒ뉴데일리DB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전체 부처 가운데 1위 규모인 10여조 원의 성인지 예산을 배정 받았지만, 성인지 사업 실적은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성별과 관계없거나 성평등 기여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는 사업들을 다수 추진해 지적을 받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2 성인지 결산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지 예산 집행액은 총 25조96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 39개 부처에서 341개 사업과 437개 성과 목표를 추진했다. 전체 성과 목표 달성률은 81.5%로 성인지 결산서가 작성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성인지 예산이란, 예산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를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제도다. 매해 정부는 국회에 예산·기금운용계획안을 낼 때 성인지 예산서도 함께 제출한다. 각 부처는 부처별 성평등 목표에 따라 대상 사업을 발굴·작성한다.

    지난해 노동부는 전체 341개 사업 중 61개(18%), 437개 성과 목표 중 83개(18%)를 차지하는 등 39개 부처 가운데서 가장 성인지 추진 비중이 높았다. 배정 예산도 10조1417억 원으로 부처 중 가장 많았다. 집행액은 전체(25조9626억3300만 원)의 34.9% 수준인 9조1573억 원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에 상응하는 실적은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부처 중 가장 많은 83개의 성과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중 62개만 완료해 달성률은 74.7%에 그쳤다. 이는 성과 목표가 20개 이상인 부처 가운데 최하위인 수준이다. 노동부 다음으로 성과 목표가 많은 여성가족부(53개)의 경우 88.7%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성과 목표가 많을수록 적은 부처와 비교해 실적 대비 달성률이 미흡해 보일 수 있지만, 관건은 대상 사업과 성과 목표를 각 부처가 직접 발굴·선정한다는 데 있다. 현장 사정이나 추진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목표치만 높게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10여조 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받고, 실제로 9조여 원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목된다.
  • ▲ 부처별 성과목표 달성 현황.ⓒ국회 예산정책처
    ▲ 부처별 성과목표 달성 현황.ⓒ국회 예산정책처
    노동부가 달성하지 못한 성과 목표는 총 21개다. 미달성 성과 목표 중 대다수는 추진 사업에서 여성수혜비율과 여성성비를 맞추지 못한 결과로 확인됐다. 예컨대 '지역고용촉진지원금 사업'에서 여성근로자 수혜비율을 35.1%로 설정했으나 24.3%에 그쳤다. 또 '고용평등환경개선 지원사업'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무료지원센터 1000곳을 개소하려 했지만,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 443곳만이 문을 열었다.

    게다가 노동부는 성인지 목표와 관련 없는 사업들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해당 사업들은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291억3100만 원) △일터혁신지원사업(257억2000만 원) △체당금지급·체불청산 융자지원 사업(6737억9900만 원) 등이다. 성평등과 관계 없는 사업들에 총 73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은 신중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이들의 소득에도 기여하는 사업이다. 노동부는 여성을 취업취약계층으로 보고 이들을 집중 지원하려는 의도였지만, 실제로는 최근 3년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수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터혁신지원사업은 중소·영세 사업장의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컨설팅은 성별에 관계 없이 사업장에서 참여 신청을 하면 선정되는 것으로 성인지 사업 취지와는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컨설팅 내용도 성평등과는 연관 없는 내용을 주로 다뤘다.

    체당급·체불 관련 사업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 임금을 지급하거나 사업주에게 융자를 실시해 청산을 돕는 내용이다. 성별을 고려해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성과지표도 '체불 청산된 근로자 수'로 설정하는 등 성평등과는 무관한 행보를 보였다. 

    보고서를 통해 예정처는 성인지 사업의 대상 선정에 유의하고, 사업의 성평등 기여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성평등 추진 중점사업을 선정하면서 정책의 취지에 맞지 않은 사업들이 선정됨에 따라 대상 사업으로서의 부적절성, 성과관리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의 내용과 특성을 면밀히 검토해 적정한 사업을 선정하고, 그에 따라 사업 성과를 관리함으로써 성과가 적절하게 도출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부처별 성인지 결산 현황.ⓒ국회 예산정책처
    ▲ 부처별 성인지 결산 현황.ⓒ국회 예산정책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