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30년물 장기채 ETF 인기…금리 정점 베팅 투자심리↑금리 정상화 기대 시점 임박 분석…개인‧기관 자금 순유입단기채 ETF에도 자금 몰려…전문가 "장기‧단기채 고루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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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장기물 채권 금리가 여전히 오르는 가운데 국내 장기채 투자자들은 지속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만기가 짧은 단기채로 분산 투자하는 채권 개미 또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기채 ETF에 여전히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상품별로 보면 국내 장기채에 투자하는 KB자산운용의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ETF엔 연초 이후 253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H)과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에도 각각 27억원, 58억원이 들어왔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국고채30년 액티브 ETF도 상장 약 6개월 만에 약 287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달 400억원 규모로 상장한 ARIRANG 국고채10년 액티브의 순자산 또한 1개월도 안 돼 약 228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가 이르렀다고 생각한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향후 금리 인상 중단 및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꾸준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와 함께 기관투자자들의 설정이 순자산총액(AUM)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 3월 상장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도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현재 해당 ETF의 순자산액은 2689억원으로 상장 이후 약 19배 성장했다.

    국고채 만기 10년물에 투자하는 상품인 ACE 국고채10년 또한 지난 10일 기준 순자산액이 3270억원으로, 연초(1004억원) 대비 225.70% 증가했다.

    주요 국내‧미국 장기채 ETF들은 일제히 한 자릿수 혹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장기채 금리 상승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 투자자들은 장기물 금리가 내려 채권 가격이 올라갈 시 그에 해당하는 차익을 얻기 위해 장기채 ETF를 사들이는 모습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내년 금리 인하 방향성에 대한 의심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연말 금리 정상화 기대 시점이 내년 이후로 지연됐으나, 투자자에겐 여전히 장기채 ETF가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찬영 한투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40여년 만에 맞는 고금리 상황이기 때문에 여전히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전략은 유효하다"라고 판단했다. 

    김 본부장은 "장기채 ETF에 투자할 때는 시점을 나누는 분할매수 전략으로 하는 것이 좋고, 월 배당을 하는 상품들에 투자해서 배당금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ETF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추가 매수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현재의 높은 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호흡을 길게 가지고 투자하길 추천한다"라며 "달러 환율이 다소 높은 레벨로 판단되는 경우 환헤지(H) 가 되는 ETF를 골라서 투자하는 것도 유리하다"라고 덧붙였다. 

    옥명국 한화운용 국내채권운용팀장 또한 "내년 상반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예상한다"라며 "채권시장 강세 전환 시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뛰어나 금리 하락기에는 장기채 ETF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금리 인하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금리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단기채 관련 ETF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채 ETF의 경우 장기채 상품보단 금리 변동에 둔감해 금리 인하 시 자본차익을 크게 챙길 수 없다. 

    다만 최근처럼 채권금리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거나 오히려 오르는 시기엔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상장된 20여개 단기채 ETF 가운데 최근 1개월간 손실을 낸 상품은 없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단기채PLUS ETF엔 연초 이후 2359억원이 몰렸다. KODEX 단기변동금리부채권액티브 ETF엔 3개월간 17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박성철 삼성운용 ETF운용1팀장은 "금리 정점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가 지속됐고, 향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로 인해 금리 하락 시 수혜를 볼 수 있는 상품들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한 "현재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리스크를 적게 가져가면서 금리가 낮아질 때 확실하게 자본이익을 거두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기채 ETF로 몰린다"라며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