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에 밀려 회복 미뤄져내년 2Q 하락세 멈추고 3Q 회복 시작PC, 스마트폰 수요 하향 조정… 감산, 수요 부진 역부족스토리지 대신 'AI 서버' 투자 집중… 가격 상승 시점 지연 원인도
  • ▲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수요 침체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내년 하반기에나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pc나 스마트폰 수요 전망은 내년에도 어두운데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낸드 가격 회복 전망이 1년 가까이 미뤄지는 모습이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 하락은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지다 내년 3분기에 들어서야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 가격은 최근 1년 간 하락을 거듭해 원가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1년 간 가격의 80%가 빠졌을 정도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낸드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0~15% 더 낮아졌고 3분기에도 3~8%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시장조사업체들은 예상했다.

    낸드 가격 하락세가 멈추는 시점은 적어도 내년 2분기는 돼야할 것이라는게 이들의 공통적 의견이기도 하다. 앞서 낸드 주요 제조사들이 강도높은 감산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며 수급 조절에 나섰지만 수요가 워낙 약세인 탓에 가격 하락세를 멈출 정도까지 가기엔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통상 감산 효과는 6개월 이후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낸드시장의 경우 적어도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감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2위 키옥시아와 4위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지난해 감산을 시작했고 1위 삼성과 3위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낸드 감산을 공식화했지만 실제 가격이 반전되기까지 거의 1년을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강도 높은 감산으로 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낸드 시장 핵심 수요인 PC와 모바일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게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연간 출하량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1억 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봤는데, 이는 지난해(12억 대), 지난 2021년(13억 대)에 이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메모리 반도체 주요 수요처였던 PC와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등이 일제히 구매를 줄이는 반면 AI 서버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엔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는 점도 낸드 가격 회복을 지연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AI 서버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를 집행하는 바람에 기존에 낸드시장을 먹여살렸던 스토리지 투자금이 그래픽저장장치(GPU)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성능 D램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내년 낸드시장이 여전히 어려울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트렌드포스도 낸드시장이 예상보다 회복이 더딘 이유로 구매처에서 재고를 비축할 의향이 높지 않다는 점을 꼽았는데, 이는 곧 기존 D램과 낸드를 활용한 투자 보다는 AI 관련 투자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으로 봤다.

    올 하반기면 낸드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무너진 것도 AI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에만 해도 AI 투자가 이처럼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하고 감산 등으로 점차 가격 회복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들어 순식간에 대세가 된 AI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HBM 등 고성능 D램 수요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