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출경합도 하락으로 수출 영향 미미
  • 최근 엔화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달러화 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 원화 가치도 함께 떨어지고 한·일 수출 경합도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엔화 환율 변동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국내 수출단가는 0.12% 하락하고 수출 물량은 0.02% 증가해 수출 금액은 0.1%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엔·달러 환율 상승은 일본의 달러 표시 가격을 낮춰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 하락을 유도한 뒤, 물량을 끌어올린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중앙은행은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져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무협은 역대급 엔저 현상에도 원화가 엔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수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달러 표시로는 일본 제품이나 한국 제품이나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는 별로 없다는 뜻이다.

    무협은 "2014년 하반기 이후 원·엔 동조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중국과 미국 수입 시장에서의 한·일 양국 간 수출 경합도는 완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특히 비교우위 품목의 경우 엔화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적다고도 진단했다. 반도체의 경우 한·일 수출 경합도가 전 산업 평균치(0.458·지난해 기준)를 웃돌고 있지만 비교우위가 상대적으로 높아 반도체 수출은 2017∼2022년 평균 12.5% 증가했다.

    무협은 세계 시장에서 한·일 경합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강조했다. 실제 한·일 경합 수준이 높은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 선박의 경우 수출이 최근 5년간 각각 16.7%, 10.4% 감소하는 등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강내영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엔화 약세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 주력 업종의 수출이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성 제고를 통한 비교우위 개선이 중요하다"며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R&D 등 수출 지원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소재 및 부품의 고부가 가치화를 통해 중간재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기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