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14.5조 폭증코로나 착시 걷히자 연체율도 급증이창용 "더 늘어나지 않도록 조치할 것"추경호 "너무 많이 늘어… 적정 수준으로 지속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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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조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어지 않으면서 정부당국이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하향 안정세를 찾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 전환했고, 이를 위한 '영끌' 행태가 포착되는 등 강력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6월말) 가계신용(잠정)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말과 비교하면 석달새 9조5000억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은행권 대출잔액 뿐 아니라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한 대금을 합한 포괄적인 가계빚을 뜻한다.가계신용은 지난해 3분기(7~9월) 말 1870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뒤 4분기(-3조6000억원), 올해 1분기(-14조3000억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만 무려 2.25%p 끌어올린 기준금리 탓에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불어났기 때문이다.하지만 금리인상 효과는 불과 반년만에 사라지고 다시 부채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증가폭 9조5000억원은 2021년 4분기(17조4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가계대출 면면을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14조5000억원 늘어나 상승세를 주도했다. 2분기 말 주담대 잔액은 103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집값 전망도 우상향으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1년 뒤 집값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7로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동향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크면 낙관적임을,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6월 92에서 100으로 뛰어오른 후 석달 연속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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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도 수직상승… 심리적 마지노선 위협부채 급증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같은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6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5%로 지난해 같은달 0.20%에서 0.15%p 수직상승했다. 코로나 금융지원이 본격 시행된 2020년 6월(0.33%)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2월말 0.36% 수준을 거의 따라잡았다.특히 신규 연체율이 1년새 0.04%에서 0.09%로 2배 이상 뛰었고, 연체액도 2조원에 달하는 등 부실우려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41%에 올라서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0.5%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제공한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부실율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정부당국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계부채 증가 기조가 계속되면 앞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더 늘어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총재는 이어 "지난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를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우려해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미시 정책을 펼쳤다"며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 기조로 가고 있는데 그 때문에 지난 두 달 간 가계부채가 늘어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추경호 경제부총리 역시 같은 자리에서 "최근 수개월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그런 분위기들과 함께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며 "가계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 적정 수준으로 지속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이며 엄격하고 안정되게 관리하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