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GDP 전분기比 0.1%↑… '시장 기대 못미쳤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금통위 11월 기준금리 인하 어려울 듯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강(强)달러 현상이 미국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 이에 대비한 통화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이 총재는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 총회에 참석한 뒤 특파원단과 만나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승리하든 간에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재정적자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 물가가 안정되면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재 미국은 전세계에서 '나홀로호황'이라고 할 정도로 좋다"면서 "이로인해 금리를 낮추는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고 오히려 달러가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2024 회계연도 연방 재정적자 규모는 1조8000억달러(2500조원)에 달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4%에 해당하는데 경기침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로 시장에 인식된다. 

    재정적자의 증가는 국채발행과 금리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 강달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재정적자가 계속 커지면 미국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고 통화 정책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고관세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하는 등 급등한 환율과 관련해 외환시장 개입여부에 대해서 이 총재는 "특정수준을 타깃하기보단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이 박스권을 너무 빠르게 벗어나면 환율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마진콜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는 환율에 재차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런 문제가 안 생기게 스피드를 조절할 필요가 있고, 마이크로 자료를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원‧달러 환율급등 당시에는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면서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됐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반면 이날 이 총재는 4월과 달리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원‧달러 환율상승의 배경면에서 당시와 지금이 다른데다 11월 5일 미국대선이라는 중요변수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월의 경우 중동사태 악화속에 유독 일본 엔화 약세 경향과 동반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등 상황이 국지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세계적으로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있다고 한은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외적인 환경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과 시장의 눈높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금통위가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1% 증가했다고 밝혔다. 2분기 역성장에 충격에는 벗어났지만 기존 예상에는 못미치는 성장률이다. 3분기 성장률 쇼크는 한국경제의 주축인 수출이 전분기대비 0.4% 감소한 영향이 컸다. 

    화학과 자동차 등의 수출 부진이 계속된 가운데 반도체의 수출 증가세마저 꺾인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건설 투자도 전 분기 대비 2.8% 감소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다시 치솟하 1400원대에 근접한 상황에서 집값과 가계대출도 여전히 불안한만큼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