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RECP·美 IPEF·日 CPTPP 등 블록화 가속… 중·러 BRICS까지 가세IMF "블록화에 세계경제 2% 감소할 수도"… 韓, FDI 약화 우려 커져산업당국, 주요국과 양자면담으로 밀착… 경제동반자협정(EPA) 확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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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등 G2의 패권 경쟁을 시작으로 세계 경제 블록화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G2 사이에 낀 우리 정부는 저마다의 블록을 구축한 세계 주요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가 우리경제를 위협하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책을 펼쳐야만 하는 입장이다. 정부는 앞으로 주요국들과 경제동반자협정(EPA) 등을 확대하며 수출시장을 넓혀 나가고 이를 통해 블록화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나간다는 복안이다.세계경제는 중국이 주도한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경제적동반자협정(RCEP)과 대항마 개념으로 출범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일본 중심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거대 규모의 FTA가 봇물을 이룬다. 이런 '메가 FTA'가 세계 통상 질서의 새로운 틀로 굳어지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중국·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지정학적 질서에 또 한 축을 세웠다. 중국 주도 하의 브릭스는 미국 견제를 위해 10여년 만에 대대적인 회원국 모집에 나서면서 미중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경제블록들은 자국을 최우선에 둔 보호주의 무역 경향이 강하다. 해외 진출 기업을 우호국이나 자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등이 성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 간 치열한 견제도 이뤄진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이달부터 반도체용 희귀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내렸다. 이에 맞서 미국은 중국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미국 자본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경제 블록화에 따른 영향으로 세계 경제성장 규모가 장기적으로 2%쯤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IMF는 '2023년 세계경제전망-지정학적 파편화와 FDI' 보고서를 통해 세계가 미국 진영, 중국 진영, 인도 등 비동맹국으로 쪼개질 경우 전 세계 경제성장 규모가 5년 내 1% 하락하고, 장기적으로는 2%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생산 감소를 겪을 수 있는 국가로 한국을 콕 짚어 언급했다. IMF는 "정치적 긴장으로 경제가 파편화되면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이 큰 영향을 받는다. 상대적인 승자는 있을 수 있지만, 세계경제는 더 가난해질 것"이라며 "경제적 분열을 추구하는 정책은 비동맹국뿐 아니라 자국과 그에 동조하는 국가들에도 큰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고 강조했다.한국은 세계적인 리쇼어링 경향으로 인해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능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를 받는다. 세계 각국은 지정학적 긴장에 덜 취약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입장이 비슷한 국가로 생산 공정을 옮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각국의 FDI도 지정학적 입장이 비슷한 나라들에 쏠리고 있다. 반도체 등 리쇼어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전략산업에서 한국의 FDI는 취약한 수준으로 여겨진다.다행히 아직 위기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적극적인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힘입어 최대 성적을 창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FDI는 170억 9000만 달러(22조 3500억 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1962년 이래 최대 금액이자 분기별로는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한 수치다. 여기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윤 대통령의 성과가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유치한 31억 4000만 달러가 전체 신고금액의 18%를 차지한다. 또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과 규제 혁신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도 FDI 증가에 한 몫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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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미중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경제블록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신중한 외교적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 주요 20개국(G20) 내 9개국과 양자면담을 한 산업당국은 각 국가별로 현안에 대한 공조 확대를 약속하는 등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과는 IPEF 진전을 위한 협력 의지를 확인하고, 중국과는 RCEP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식이다.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장관회의 기간인 지난 24~25일 이틀간 9개국 통상장관·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과 양자면담을 진행했다. 9개국은 △미국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브라질 △싱가포르 △스위스 △튀르키예 등이다. 각 만남 자리에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지지 요청도 이뤄졌다.안 본부장은 미국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에서는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 후속조치에 대한 내용과 IPEF 진전을 위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측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통상현안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안 본부장은 중국 왕셔우원(Wang Shouwen)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와의 만남에서는 RCEP와 디지털 통상, 한중 간 교역·투자 협력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은 통상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포함해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협의했다.안 본부장은 사우디와 UAE, 브라질과의 회담에서는 현재 각 국가별로 진행 중인 FTA의 진전 가속화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정부는 사우디와 한-걸프협력회의(GCC) FTA, 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및 한-GCC FTA, 브라질과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TA) 등을 각각 추진 중이다. 인도와는 CEPA 개선협상 진전을 통해 호혜적인 성과 도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달 인도는 한국이 인도의 수출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한-인도 간 CEPA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한 바 있다.우리 정부는 앞으로 주요국들과 경제동반자협정(EPA) 등을 확대하며 수출시장을 넓혀 나가고, 이를 통해 블록화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나간다는 방안이다. 노건기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25일 EPA 관련 공청회에서 "글로벌 통상연대 강화를 위해 10개국과 EPA를 추진하는 중"이라며 "21건의 FTA를 통해 59개국과 통상 네트워크를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높고 상호 호혜적 협력 수요가 많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EPA를 본격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부는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해서는 각종 잠재적 분쟁 현안에 대해 예방에 나선다는 접근법이다. 정부는 미중 간 갈등 등으로 인해 중국 내 우리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한다.산업부는 28일 서울 LW 컨벤션 크리스탈홀에서 '통상분쟁 예방 및 대응을 위한 기업 설명회'를 열고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의 각종 잠재적 분쟁 현안에 대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지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대규 산업부 다자통상법무관을 비롯해 국내 기업이 다수 참석했다.분야별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데이터법'과 '반간첩법'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주요 법안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반간첩법을 개정해 간첩행위에 대한 법 적용 범위를 기존의 '국가기밀'에서 '국가이익'이란 포괄적 범위로 확대했다. 간첩행위가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신분증 확인과 소지품 검사 등을 가능하게 하는 등 외국계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상태다.
산업부는 우리 기업의 중국 투자·영업 활동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고 각종 잠재적인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주요 국가·권역별로 기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박 법무관은 "최근 지정학적 요인과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 중국 기업 성장에 따른 경쟁 격화 등으로 인해 중국 내 시장과 기업법무 환경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효과적인 분쟁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